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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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

2004.08.21 01:37

들마루 조회 수:223 추천:22

이 밤



손끝으로 만지작대는 이 밤
세상이 뒤척이다 무덤이 되어갈 때
나는 기다리는 한 장의 종이가 됩니다

시간이 놓아준 바다를 건너왔을 것만 같은
발 젖은 바람 안부를 물어오면
뒤로 넘어지는 눈물 아득해 집니다

운명처럼, 어둠을 적시고 또 적셔가는 동안
종이 한 가운데 당신을
한 자루의 붓으로 감히 점하고 나니
생각 깊은 늪에서 가시연꽃처럼
충혈되는 눈물봉오리 그저

말문을 꼬옥 봉한 채
종이의 여백 위로
주톳빛 푸른 멍이 되는 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