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18
전체:
458,267


마른 완두콩 몇알이

2004.11.11 04:25

정인 조회 수:373 추천:37

언제 어떻게 흘렸는지
째글탱이 완두콩알 몇개가
과자통 옆에 굴러 다닌다
그 푸르던 빛갈은 간데 없고
누르퉁퉁 바래져 쪼글탱이가 된 것이
아는 나나 완두콩인 줄 알지 딸 내미가 봤더라면
마른 껌 조각이라고 쓰레기통에 들어 가고도 남을
몰골로 이리저리 몇 날이나 굴렀는지 알 수가 없다

혹시라도 그 속에 생명이
말라 비틀어져 죽지 않았다면
완두콩 향기나는 밥을 먹을지도 모른다
기대보다는 어디 보자 맘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화단 제일 구석진데다 흙을 아무렇게나
손으로 들썩 하고서 묻어 두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는지 그 조차 잊어 버리고
백합이랑 데이지꽃만 볼양으로 열심히 물을 줬는데
아니...
한구석에 소담스런 완두콩 포기가 나 여기 있지
하얀꽃 몇송이로 손수 축하 하면서 푸른 콩꼬투리를
수도 없이 매달고 있네
오! 미안 해라
죽은 벌레 묻어 버리듯 그렇게 아무렇게나
묻어 버렸는데
남주는 물 곁다리로 얻어 먹고서
어쩌면 그렇게 많은 열매를 맺었는고

잔뜩 째그러지고 메말라 생명이라곤
당췌 있을것 같지 않더니
나 보란 듯이 통통 영근 콩꼬투리들로
무거운듯 허리를 구부정하고
살아 있었음을 과시 하는 완두콩 몇알...

흙속에 묻은것 조차 기억 안하고
물 조차 제 몫으로 아니 줬는데
섭섭한 표정은 제 몫이 아니라는듯
할 일을 다 한 자랑스러움으로
당당하게 화단 한 구석을 차지 하고서
손길을 기다린 완두콩 몇알...

너를 보며
생명이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삼십배 육십배 백배의 결실을 보여주는
생명의 존귀함을 나는 다시 복습한다
마른 껌조각 같던
완두콩 몇톨 네게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3 어머니의 아침 / 연용옥 [1] 그레이스 2007.12.07 440
222 비내리는날에 썬파워 2009.03.02 429
221 [1] file 권 운 2008.02.12 428
220 효자애일(孝子愛日) [1] 록파 민기식 2005.02.28 428
219 향기나는사람 썬파워 2009.02.17 421
218 반쪽심장 썬파워 2009.02.21 418
217 개펄 풍경 성백군 2008.11.20 411
216 어항속의 물고기 [1] 성백군 2005.06.18 409
215 12월 사흘 [1] file 권 운 2009.12.03 406
214 낙타의 등은 어지럽다 [2] 전주호 2015.08.02 404
213 눈 길은 file woonk 2008.02.02 380
212 헌 책 / 김경희 [1] 들마루 2005.05.04 380
211 褙接(배접) [1] 임성규 2004.08.06 374
» 마른 완두콩 몇알이 정인 2004.11.11 373
209 그믐날, 꽃이 핍니다 [1] 들마루 2005.03.28 371
208 꽃이 피면 김건일 2005.04.28 370
207 그대의 찬손 슈킴 2005.07.29 361
206 불씨 [1] 김진학 2005.01.25 355
205 snow file woonk 2007.12.19 354
204 서울 까치이야기 연용옥 2005.04.21 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