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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거름 길을 내고 가는 어제의 시간

2004.12.23 21:26

송문헌 조회 수:218 추천:28

해거름 길을 내고 가는 어제의 시간
                       - 바람. 12 -

송 문 헌


  기척도 없이 싸락눈은 저녁답을 타고 내려옵니다 굽이굽이 저문 산길을 지워버리며 낡은 시간의 눈빛들이 반짝반짝 눈을 뜹니다 장승처럼 산그늘에 서서 멀어지던 그의 희미한 모습일까 하얀 그림자 눈을 털며 아슴아슴 달려옵니다 치맛자락 펄럭펄럭 커다란 눈망울을 적시며  다가섭니다 꽃피던 날과 여름의 산길에 함께했던 풀꽃바람 바람의 향기를 다시 기억해 냅니다

  거기, 하늘과 산자락과 들녘과 찾아가던 산사와 변두리 찻집들 모두, 그리운 상흔으로 되살아 문신 같은 흔적을 만듭니다 존재함의 축복과 사라짐의 기쁨을 만나 머무는 시간에게 싸르륵사르륵 어제의 안부를 묻고 묻습니다 지나쳐간 것 하나하나 아직 소중한 나, 나의 분신입니다 오늘의 시간을 지우며 따라오는 눈발은 그러나 앞서가며 희디흰 길을 쓸고 가는, 어제의 시간을 넘어서진 못 합니다

  벌거벗은 나무들이 손을 쳐들고 산자락에 떨며 까마득히 산길을 내려옵니다 싸락눈은 어둠속에 점점 창백해지고 발자국 소리 소리 한 점 한 점 가슴에 거두며 가는 오솔길이 너무 넓습니다 어둑발 저만치서 다가오는 산문 밖 행인을 무심히 지켜보는 스님이, 눈을 지고 서있는 노송처럼 낯설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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