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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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 푸르른 것처럼

2010.09.14 14:26

이인해 조회 수:335 추천:39

사철 푸르른 것처럼  



                   이인해  



우리는 그의 푸른 가슴과 얼굴만 보지만  

여름에도 소나무는 몰래 낙엽을 떨군다  

살아있으므로  어딘가 늘 아파야 하고  

아픔이 삶인 아픔 이어가려고  

아침을 일으키고 저녁을 뉘인다  

육 학년 오 반인 아내가 아침을 차려주고  

몸단장을 한다  

내가 식사 끝내고 양치질을 하고 나와도 아내는  

몸단장 아직 이다  

늙어서 뭐 저러는 건지  

실소 끝에 그 끈기가 놀랍다    

손자놈의  "다녀오세요 " 인사를 받고  

아내와 동승, 그의 직장에 내려주고  

나는 나대로 거기서 또 사십 여리 회사까지 간다  

벌레처럼 저 따로 나 따로 하루를 갉아먹고  

어딘가에 남몰래 마른솔잎 떨구고    

돌아와 만나는 저녁밥상머리  

하루 푸르게 나부낀 얘기 나누다 잠든다  

소나무는 밤에도 서서 잠들지만  

우리 노부부는  

고요히 가라앉는 깃발처럼 하루를 뉘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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