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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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나무의 속내

2012.06.11 13:47

성백군 조회 수:296 추천:38

정자나무의 속내 / 성백군



정자나무 밑에서 자리를 깔고 누워
나무 속을 바라본다.

먼 데서 볼 때는 숲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그늘도 보인다
그늘 속에 들어와 엎드려 올려다 보다가
그때야 다가서는 수많은 나뭇가지를 보았다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들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던가? 평생을
잠 못 자고 꾸벅꾸벅 졸다가 졸던 채로 굳어서
꾸불텅꾸불텅 천막을 치고 있다
불볕, 들어오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쉬고 있다

왼팔 부러지고 오른팔 탈골될 때는
지나가는 바람도 아파서 울었겠지
그러다가 잘려나간 상처마다 옹이투성이지만
죽은 가지는 한 가지도 없이 빼곡하다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수없이 시행착오에 닿았지만
되돌아 다시 살 길 찾아 하늘로 오르며
더 넓게 더 짙게 그늘 드리우며 영역을 넓히는,

정자나무 밑에서
나무의 속내를 헤아리다 보면
나도 내 안에 저런 나무 한 그루 키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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