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1)
홍인숙(Grace)
참으로
긴 날을 지나왔습니다
당신의 뜻이려니
주저 않고 달려온 길
눈떠보니 낯선 곳에
키만 덩그렇게 큰 나무되어
내가 서 있습니다
밤하늘에 걸린 달도
다가갈수록 비껴가듯
가다가다 멈춘 곳
그곳에
당신이 계심을 알았습니다
길은
가파른 길
이제야 무릎을 꿇습니다
당신께 내어놓습니다
내 남은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