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의 바다
홍인숙(Grace)
태양을 잃은 바다에도 파도 타는 사람들로
물결마다 흰 거품이 요란하다
잠잠히 흐린 날의 오수를 즐기는 물개들과
무리지어 속삭이는 바닷새들의 여유로움
"우린 지금 갈매기와 함께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거야.
많은 바다를 구경했어도 싼타쿠르즈 바다처럼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는 곳은 없지.
이 바닷가에서 시를 쓰며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네.“
바다는 원로 시인의 펄럭이던 코트자락과
선창가 카페에 남겨진 우수의 음성을 간직하고 있었다
큰 외침으로 파도가 쏟아진다
파도 타던 사람들이
일제히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솟구쳐 오른다
코끝을 스치는 해초 냄새에 현기증이 난다
바다는 어느새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후드득 떨어져 내리는 빗물 같은 서글픔
머리카락 사이로 싸늘한 바람이 환청처럼 스쳐간다
“이 바닷가에서 시를 쓰며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