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裸木)의 외침

by 홍인숙 posted Nov 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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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목(裸木)의 외침

  

                            홍인숙(Grace)




   너희는
   나의 황홀했던 날을 기억하는가
   나의 그늘아래 행복했던 날을 기억하는가
   비워낸 만큼 충만한 나의 가슴을 만질 수 있는가

   보여지는 것에 아름다워하지 말라
   보여지는 것에 슬퍼하지도 말라

   나는 다만 때가 되어
   척박한 대지에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저 깊은 겨울을 향해 묵묵히 서 있을 뿐

   슬기로운 자는 들으리
   내 안에서 소생하는 욕망의 소리를
   갈 곳 없는 새들을 키우고
   새계절 맞이할 숨결을 준비하는
   내 침묵의  의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