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면
홍인숙(Grace)
눈이 내리면 무엇을 할까
그리움의 무게 가늠할 수 없듯
침묵으로 내리는 그 맘 알 수 없어도
반갑다 소리치며 투정이나 부려볼까
눈이 내리면 무엇을 할까
소리 없이 그리움으로 눈이 내리면
홀로 낸 발걸음 쓸쓸해
되돌아 꼭꼭
세상 끝 네게까지 걸어가 볼까
눈이 내리면
불빛 희미한 찻집에 앉아
70년대 유행가 들으며
낡은 유리창 너머 천 갈래 흩어지는
허무의 눈가루를 바라볼까
눈이 내리면 무엇을 할까
흰빛이 흰빛을 삼키고
쓸쓸함이 쏟아지는 거리에 서서
얼굴마저 지워진 이름 하나
이제야 소리쳐 불러볼까
아, 눈이 내리면
初經의 설렘으로 눈이 내리면
그 눈밭에 얼굴 묻고
하얗게,하얗게 울어나 볼까
(2003년 1월호 월간 한맥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