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면

by 홍인숙 posted Dec 2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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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내리면



                 홍인숙(Grace)



   눈이 내리면 무엇을 할까
   그리움의 무게 가늠할 수 없듯
   침묵으로 내리는 그 맘 알 수 없어도
   반갑다 소리치며 투정이나 부려볼까

   눈이 내리면 무엇을 할까
   소리 없이 그리움으로 눈이 내리면
   홀로 낸 발걸음 쓸쓸해
   되돌아 꼭꼭
   세상 끝 네게까지 걸어가 볼까

   눈이 내리면
   불빛 희미한 찻집에 앉아
   70년대 유행가 들으며
   낡은 유리창 너머 천 갈래 흩어지는
   허무의 눈가루를 바라볼까

   눈이 내리면 무엇을 할까
   흰빛이 흰빛을 삼키고
   쓸쓸함이 쏟아지는 거리에 서서
   얼굴마저 지워진 이름 하나
   이제야 소리쳐 불러볼까

   아, 눈이 내리면
   初經의 설렘으로 눈이 내리면
   그 눈밭에 얼굴 묻고
   하얗게,하얗게 울어나 볼까


   (2003년 1월호 월간 한맥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