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빈집

by 홍인숙 posted Jan 2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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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빈집



                          홍인숙(Grace)




   주인 없는 빈집을 자꾸 열어본다
   사랑방도 가보고 서재도 가보고
   닳도록 들여다본 사진첩도 들척인다

   온기 사라진 허전함에
   이내 방문 닫고 나오지만
   금세 또 불 밝히고 두리번거린다
   사랑방도 서재도..
   아무런 흔적 없고
   무심한 주인만 섭섭해진다

   편지함을 열고 묵은 편지를 들춘다
   쌓인 편지 사이로
   두런두런 들려오는 나직한 음성

   그래 지금은 무심한 사람이지만
   참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몇 장의 편지가 남아있다는 것이
   무심한 그가 서운해 지기 전
   다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언젠가 돌아오면
   또 폭포처럼 반가움을 안겨주겠지
   그래 그는 그런 사람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