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빈집
홍인숙(Grace)
주인 없는 빈집을 자꾸 열어본다
사랑방도 가보고 서재도 가보고
닳도록 들여다본 사진첩도 들척인다
온기 사라진 허전함에
이내 방문 닫고 나오지만
금세 또 불 밝히고 두리번거린다
사랑방도 서재도..
아무런 흔적 없고
무심한 주인만 섭섭해진다
편지함을 열고 묵은 편지를 들춘다
쌓인 편지 사이로
두런두런 들려오는 나직한 음성
그래 지금은 무심한 사람이지만
참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몇 장의 편지가 남아있다는 것이
무심한 그가 서운해 지기 전
다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언젠가 돌아오면
또 폭포처럼 반가움을 안겨주겠지
그래 그는 그런 사람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