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15
어제:
35
전체:
459,275


2004.08.02 15:35

내가 지나온 白色 공간

조회 수 922 추천 수 16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가 지나온 백색 공간

 

  


                             홍인숙(Grace)




- 백색 공간 / 지독한 환상, 환청의 세계 /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이십 대의 어느 날 일기 중 한 부분이다.

 

   결혼 후 곧바로 부딪친 미국이라는 거대하고 낯선 문화와

복잡한 인간관계, 최초의 육체노동은 나의 정신세계를 깊은

혼돈의 늪으로 빠져들게 했다.

 

   낮 동안의 쌓인 긴장감으로 매일 밤 무의식의 늪 속을 허우적

거리고 다녔다. 혼돈의 깊은 수렁을 헤매다가도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희미하게 들면 소리도 쳐보고 발버둥도 쳐보지만

그곳은 고독한 백색의 공간, 소리도 움직임도 없는 또 다른 거대한

세계였다. 한참을 안간힘 하다 현실로 돌아오면 형용할 수 없는

허탈감이 흠뻑 젖은 옷 갈피로 차갑게 밀고 들어왔다.

 

   날이 밝으면 창백히 눈만 걸린 얼굴로 준비된 일상을 따라나서고..

그런 날이 반복되다 한 번씩 구급차를 타고.. 이십 대의 발랄함을

상실한 동양의 여인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의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진단을 내렸다. "향수병鄕愁病 입니다"

 

   어디로 갈까... 방황이 깊다보면 바로 그 방황이 사치란 것을 알게

때가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거부할 수 없는 길이 눈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강해져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낯선 땅을

신호등도 무시하고 숨가쁘게 달렸다. 이제 그 방황의 거리, 백색의 공간을

뒤돌아보면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 미로를 헤쳐 왔는지 나 스스로를 따뜻이

안아주고 싶다.

  이제는 신호등을 바라보며 편안한 마음으로 네거리를 건너고 싶다.

 

   "시詩를 좋아하냐고 물으셨나요? 제게 시는 신호등의 빨간 불이지요.

무의식의 일상에서 멈춰 서 한 번씩 나를 돌아보게 하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26
269 이상한 날 홍인숙 2004.01.05 576
268 수필 이별 연습 2 홍인숙(Grace) 2016.11.10 108
267 이별 홍인숙(Grace) 2010.02.01 769
266 이명 耳鳴 1 홍인숙(Grace) 2016.11.22 133
265 음악이 있음에 홍인숙 (Grace) 2010.01.30 509
264 시와 에세이 원로시인의 아리랑 홍인숙 2003.03.03 961
263 단상 우울한 날의 생각 홍인숙(그레이스) 2004.10.04 959
262 와이키키에서 홍인숙(그레이스) 2005.09.02 487
261 수필 오해 1 홍인숙(Grace) 2016.11.10 123
260 오수(午睡) 1 홍인숙(그레이스) 2006.03.18 795
259 오늘, 구월 첫날 홍인숙(그레이스) 2005.09.02 534
258 예기치 못한 인연처럼 홍인숙 2002.11.13 377
257 연등(燃燈)이 있는 거리 홍인숙 2002.12.09 328
256 어머니의 염원 홍인숙 2004.01.30 499
255 어머니의 미소 홍인숙 2003.06.23 593
254 어떤 전쟁 홍인숙(그레이스) 2005.01.13 530
253 어떤 반란 홍인숙(그레이스) 2006.03.04 732
252 어떤 만남 홍인숙 2004.06.28 419
251 어둠 홍인숙(그레이스) 2005.03.08 509
250 수필 어느 날의 대화 홍인숙(Grace) 2020.10.04 18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