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11
어제:
254
전체:
459,110


시와 에세이
2003.03.03 14:01

봉선화와 아버지

조회 수 713 추천 수 10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봉선화와 아버지 / 홍인숙(Grace)



봉선화


                 홍인숙(Grace)



해 아래 스쳐간
네 그림자에서
저녁내 붉은 그리움이
뚝뚝 떨어진다

낯선 곳에 기대어
당당한 어여쁨이라도
하필 왜 이곳이더냐

고국바라기 늙으신
내 아버지 길목에서
또 얼마나
애달픈 그리움 피우려고.


* * *

팔순이 넘으신 아버지가 홀로 사시는 노인 아파트 길목에서
정말 뜻하지 않게 봉선화를 보았습니다.
타국에서 본 봉선화는 어릴 때 집 뜰에 피었던 봉선화보다
훨씬 더 붉은 꽃물을 뚝뚝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혼자 계시는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시렸는데
아버지의 눈에 비추어질 봉선화를 보니 겁이 덜컥 났습니다.

며칠 전에는 아버지께서 친구 노인분과 비교하시면서
'나는 아직도 참 젊다!'시며 행복해 하셨습니다.
연세 83세이신데 그 젊음을 감사해하시는 마음에
잠시 저까지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뺨에서 피어오르는 검버섯과
자꾸만 작아지는 키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쪽에서 추적추적 빗소리가 들립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도 50세 정도에서 노화를 멈추고 살다
그 모습 그대로 세상을 떠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꽃잎하나 흘리지 않고 화려하게 가지를 지키다
때가되면 미련 없이 송두리째 제 몸을 던지는 동백꽃처럼
그렇게 흐트러짐 없이 살다 갈 수는 없는 것일까요.

봉선화를 보시며 먼저 떠난 아내와 고국을 그리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이 아침 따뜻한 햇살에도 마음이 아파 옵니다.

2002. 8. 2




?

  1. ★ 홍인숙(Grace)의 인사 ★

  2. 무명 시인의 하루

  3. 문을 열며

  4. No Image 16Oct
    by 홍인숙(Grace)
    2004/10/16 by 홍인숙(Grace)
    in
    Views 663 

    바다가 하는 말

  5. 바다로 가는 길

  6. No Image 14Jan
    by 홍인숙(그레이스)
    2005/01/14 by 홍인숙(그레이스)
    in
    Views 496 

    바다에서

  7. 바다에서 꿈꾸는 자여  

  8. 박 목월 시인님

  9. 반 고흐가 그리워지는 날

  10. No Image 16Oct
    by 홍인숙(그레이스)
    2004/10/16 by 홍인숙(그레이스)
    in
    Views 597 

    반 고흐가 그리워지는 날

  11. 반 고흐의 해바라기

  12. 밤 기차

  13. 밤비

  14. No Image 05May
    by 홍인숙(그레이스)
    2006/05/05 by 홍인숙(그레이스)
    in
    Views 915 

    밤이 오면

  15. 봄 . 1

  16. 봄 . 2

  17. 봄 . 3

  18. 봄날의 희망

  19. 봄은..

  20. No Image 30Jan
    by 홍인숙 (Grace)
    2010/01/30 by 홍인숙 (Grace)
    in
    Views 508 

    봉선화

  21. 봉선화와 아버지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