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6
어제:
21
전체:
458,231


시와 에세이
2003.03.03 14:06

바다로 가는 길

조회 수 833 추천 수 8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바다로 가는 길 / 홍인숙(Grace)




바다로 가는 길


               홍인숙(Grace)



산과 산 가르며
끝없는 길

구비구비 안개
촉촉한 길

사슴도 기분 좋아
나와 보는 길

즐겁게 바다로
가는 길

그러나, 그 곳
내 어머님이 긴 세월
앓고 계신 곳

해초 바람결에
어머님 밭은기침
하얗게 날리고

수평선 아래로
아득히 멀어지는
고웁던 미소

아, 어쩌나
이제 곧 그리움으로 남을
Santa Cruz

흰 갈매기 울음만 쓸쓸할
Santa Cruz.


* * *


하이웨이 17은 Santa Cruz Beach로 이어지는 참으로 아름다운 길입니다. 수려한 경치가 안개라도 모락모락 오르는 날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다워 가슴이 저려옵니다.

흰 거품을 가득 안고 몰려오는 파도, 정다운 물개 소리,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파도 타기, 끊임없는 관광객들의 발걸음. 그 곳,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가는 바닷가 근처에서 어머님은 오랫동안 앓고 계셨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한 날부터 새벽 등교 길에서 만나기 시작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 년을 나는 등교로, 그분은 남산 새벽 산책으로 매일 아침 빠짐없이 만났습니다. 그후 나의 시어머님이 되셨고 막내 며느리인 나를 무척이나 사랑해 주시던 분.
미국으로 이민 오신 후에도 여전히 새벽 산책을 좋아하셔서 Santa Cruz 바닷가를 하루도 안거르시고 산책하시던 어머님은 지난 10여 년 가까이 휠체어에 의존하시면서 투병생활을 하셨습니다.

어머님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가고 오는 길목마다 까맣게 서러움으로 쌓여 갔고 '바다로 가는 길'을 쓴 지 일 년이 채 안된 지난 유월 말, 어머님은 평화로운 모습으로 하나님의 품에 안기셨습니다.

이제 어떻게 그 길을 다시 갈 수 있을까요. 환한 미소, 잔잔한 음성, 따습던 손길, 그 큰사랑을 어디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어머니!

(1998년 9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249 봄 . 1 홍인숙 2004.02.17 571
248 봄 . 2 홍인숙 2004.02.17 485
247 봄 . 3 홍인숙 2004.03.12 499
246 또 하나의 세상 홍인숙 2004.03.12 488
245 사랑은 2 홍인숙 2004.05.03 485
244 상처 홍인숙 2004.06.18 424
243 사랑의 간격 2 홍인숙 2004.06.18 439
242 존재함에 아름다움이여 홍인숙 2004.06.28 422
241 어떤 만남 홍인숙 2004.06.28 419
240 그대가 그리워지는 날 홍인숙 2004.06.28 425
239 시심 (詩心) 홍인숙 2004.06.29 468
238 양귀비꽃 홍인숙 2004.07.03 509
237 한 알의 약에 거는 기대 홍인숙 2004.07.05 579
236 신기한 요술베개 홍인숙 2004.07.05 1165
235 단상 내 안의 그대에게 (1) 홍인숙(그레이스) 2004.07.30 967
234 단상 내 안의 그대에게 (2) 홍인숙(그레이스) 2004.07.30 1042
233 단상 편지 한장의 행복 홍인숙 2004.07.30 994
232 단상 마음 스침 : 시집(詩集) 진열대 앞에 서면 - 전주호 그레이스 2004.07.30 1556
231 단상 마음 스침 : 감정 다스리기 - 김태윤 홍인숙(그레이스) 2004.07.30 1018
230 시인 세계 시집 '사랑이라 부르는 고운 이름 하나' 서문 / 황금찬 홍인숙 2004.07.30 98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