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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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에세이
2003.03.03 14:06

바다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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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길 / 홍인숙(Grace)




바다로 가는 길


               홍인숙(Grace)



산과 산 가르며
끝없는 길

구비구비 안개
촉촉한 길

사슴도 기분 좋아
나와 보는 길

즐겁게 바다로
가는 길

그러나, 그 곳
내 어머님이 긴 세월
앓고 계신 곳

해초 바람결에
어머님 밭은기침
하얗게 날리고

수평선 아래로
아득히 멀어지는
고웁던 미소

아, 어쩌나
이제 곧 그리움으로 남을
Santa Cruz

흰 갈매기 울음만 쓸쓸할
Santa Cruz.


* * *


하이웨이 17은 Santa Cruz Beach로 이어지는 참으로 아름다운 길입니다. 수려한 경치가 안개라도 모락모락 오르는 날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다워 가슴이 저려옵니다.

흰 거품을 가득 안고 몰려오는 파도, 정다운 물개 소리,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파도 타기, 끊임없는 관광객들의 발걸음. 그 곳,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가는 바닷가 근처에서 어머님은 오랫동안 앓고 계셨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한 날부터 새벽 등교 길에서 만나기 시작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 년을 나는 등교로, 그분은 남산 새벽 산책으로 매일 아침 빠짐없이 만났습니다. 그후 나의 시어머님이 되셨고 막내 며느리인 나를 무척이나 사랑해 주시던 분.
미국으로 이민 오신 후에도 여전히 새벽 산책을 좋아하셔서 Santa Cruz 바닷가를 하루도 안거르시고 산책하시던 어머님은 지난 10여 년 가까이 휠체어에 의존하시면서 투병생활을 하셨습니다.

어머님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가고 오는 길목마다 까맣게 서러움으로 쌓여 갔고 '바다로 가는 길'을 쓴 지 일 년이 채 안된 지난 유월 말, 어머님은 평화로운 모습으로 하나님의 품에 안기셨습니다.

이제 어떻게 그 길을 다시 갈 수 있을까요. 환한 미소, 잔잔한 음성, 따습던 손길, 그 큰사랑을 어디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어머니!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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