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내리는 바다
홍인숙(Grace)
겨울비를 안고 있는 바다에서
갈매기의 비상을 바라본다
나는 내 삶의 흔적으로
산과 바다를 훨훨 날고 싶다 하고
그는 조용히 흙에 머물고 싶다 한다
세상이 두려워 잠금쇠를 풀지 못했던 나는
홀로 천지를 날고 싶어 하고
자유로움을 원했던 그는
한 곳에 묵묵히 정착하고 싶어 한다
엇갈림 속에서도 한 가지는 같은 생각
먼저 떠나는 사람이 호강하는 사람이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는 길 배웅 받고
홀가분히 떠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회색의 바다에는 오늘도 부슬부슬
저녁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