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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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03.12.02 10:39

삶 돌아보기

조회 수 869 추천 수 1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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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돌아보기  / 홍인숙(Grace)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의탁할 자기 세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기의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자기의 세계에 충실하였느냐 충실치 못하였느냐가 늘 문제이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슬픈 일은 자기가 마음속에 의지하고 있는 세계를 잃어버렸을 때이다.
나비에게는 나비의 세계가 있고, 까마귀에게는 까마귀의 세계가 있듯이,
사람도 각자 자기가 믿는 바에 정신적 기둥이 될 세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마음과 다른 곳에서 헤매고 있거든 다시 자기의 세계로 돌아가라.   -헤겔-

언제나처럼 새벽에 든 잠이지만 창 밖의 뚝뚝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에
한번 깬 잠을 다시 이룰 수 없었다. 머리맡의 책을 들었다.
마침 헤겔이 주는 좋은 교훈이 잠시 이른 아침의 생각을 모으게 한다.

나비에게도 정신적으로 흡족히 의탁할 세계가 있고, 까마귀도 그러한데
현재 나의 정신의 기둥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이대로 나의 정신세계에 만족하고 있는가.
혹시라도 내 마음이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신앙 면에서나, 가족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돌아본다.
지금 나는 올바른 정신세계에 서 있는가.
나의 하루 일과가 과연 내 생활을 빛나게 하는 것인가. 자문하며 반성도 해본다.

계절 탓일까.
요즘 부쩍 허허로움에 빠져들어 창작의 상태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구실로 게으름을 피웠다.
모국의 문화를 배운다는 명분을 내세워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국 드라마에 열중하기도 했다.
나이 들수록 가꾸어야 한다는 생각에 옷차림의 색상도 밝게 바꾸어 보았지만
왠지 이런 일들이 조금도 기쁘지 않고 오히려 마음에 형용할 수 없는 앙금만 쌓여 가는 느낌이다.
늙음보다 더 무서운 것이 마음의 고삐를 놓치는 것이라는데
너무 오랫동안 정신세계의 긴장을 풀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일정한 시간에 아침과 저녁을 번갈아 맞듯이 짧은 인생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한평생 행복과 불행의 시소를 타고 있다.
책이나, 선각자들에게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지만 아무도 나의 삶을 책임져줄 사람은 없다.
살아있는 날까지 시소의 수평을 맞추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 한해가 저물어 간다.
1900년대에서 2000년대에 걸쳐 참 많은 날을 살고 있지만 진정 내 삶의 기쁨은 어디에 있는가.
앞으로 남은 세월도 지나간 세월만큼이나 소중한 것, 내 안의 잠재성을 깨닫고
나의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기울여 충실히 실행하며 살아갈 때
비로소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족(自足)할 수 있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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