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이수동 화백 강가에서 / 홍인숙(Grace) 약속도 없이 강가에 왔다. 막다른 길인 줄 알면서도 날마다 먼 길 걷는 발걸음으로.창백히 꽃 내린 빈가지 곁에서 가장 아름다움으로 다시 피는 꽃송이처럼 헤어짐이 있음을 알면서도 인연이려나 헤매 돌고, 돌고 이별의 저린 가슴으로 다시 물빛 그리움을 안았다.손끝에 먼지조차 털어야 함에도 끊임없이 채우려는 허허로운 욕심 가진 게 많아 서 있음도 고단하다. 안개 서린 강물에서 물밑 아늑함에 젖어 삶의 매듭을 보지 못하는 나. 눈먼 날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