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성 / 가을 진눈깨비 내리는 날 홍인숙(Grace) 왜 강물이 어둠 속으로 흐르는가 왜 사람들은 저벅이며 못 올 길을 가는가어릴 적 잠 설치던 상념들이 눈도 아닌 비도 아닌 진눈깨비로 흩뿌리는 날왜 계절은 투명한 봄물이었다 얼음 서걱이는 강물이었다 젊음의 숨소리를 유배당하고 가뭄의 갯벌처럼 마디마디 주름만 걸쳤을까스치는 행인 속 훔쳐본 내 모습이 가슴 절절 맴도는 날바람 같은 실비 같은 진눈깨비 속에서도 갈 길 선명해 눈물이 핑 도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