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28
전체:
458,146


2010.09.30 15:56

가을, 그 낭만의 징검다리

조회 수 1131 추천 수 16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download.blog?fhandle=MDl4aGJAZnM3LmJsb2


            가을, 그 낭만의 징검다리


                                        홍인숙 (Grace)




          아침 출근길이었다.
          무엇인가 파르르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그 미동(微動)이 아기 잠자리 같기도 하고
          철 이른 가랑잎 같기도 했다. 

         조심스레 차에 올라 백 미러를 보니
         어느새 노랗게 익은 가로수 잎새 하나가
         작은 왕관처럼 머리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가을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삭막할까.

         긴 여름 황홀한 자태를 잃지 않던 꽃들과
         풀잎마다 초록을 머금던 무성한 숲들이
         어느 날 일제히 잎을 내리고
         여윈 몸 가득, 하얀 눈가루를 덮고 웅크리고 있다면 
         그 황당함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고사리 손가락 같던 봄 햇살에서
         태양의 일렁임이 충만했던 여름이 막바지로 들어서기 전 
         나는 서둘러 가을을 준비했어야 했다.

         지는 꽃과, 허전한 바람, 타지도 못하는 저녁놀,
         내 곁을 떠나는 정든 사람의 몸짓에도
         가을이라는 이름을 안고 성숙해져야 했다. 

         가을은 헤어짐이 아름답도록 준비된 자연의 질서이며
         '허무'라는 단어가 얼마나 낭만적인지 가르쳐주는 
         향기로운 계절이기 때문이다.

         이 가을에 또 얼마나 많은 시인이 태어나고
         얼마나 많은 쓸쓸함이 그들의 가슴속을
         십자수 놓듯 촘촘한 그리움으로 영글어 들것인가.

         무수히 반복되는 여름과 겨울,
         그 상반(相反)의 계절을 이어주는 낭만의 징검다리를
         살며시 딛고 선 아침에
         백 미러 속에는 노란 잎새 하나 왕관처럼 쓴
         철없는 여자의 눈망울이 스쳐 가는 가을에 걸려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309 빙산 氷山   1 홍인숙(Grace) 2016.12.03 85
308 까치 2 홍인숙(Grace) 2016.12.03 128
307 흔적 / 드브로브닉 성벽에서 2 홍인숙(Grace) 2016.11.27 142
306 흔적 / 크로아티아의 집시 2 홍인숙(Grace) 2016.11.27 140
305 수필 바다에서 꿈꾸는 자여   2 홍인숙(Grace) 2016.11.26 266
304 수필 내게 특별한 2016년 1 홍인숙(Grace) 2016.11.26 259
303 꽃을 보는 마음 1 홍인숙(Grace) 2016.11.22 197
302 사랑의 빛 1 홍인숙(Grace) 2016.11.22 117
301 이명 耳鳴 1 홍인숙(Grace) 2016.11.22 130
300 하늘 2 홍인숙(Grace) 2016.11.21 110
299 비 오는 날 2 홍인숙(Grace) 2016.11.21 215
298 단상 그림이 있는 단상 / 폴 고갱 2 홍인숙(Grace) 2016.11.14 713
297 수필 그리움  2 홍인숙(Grace) 2016.11.14 153
296 수필 비워둔 스케치북  1 홍인숙(Grace) 2016.11.14 104
295 수필 나를 부르는 소리 2 홍인숙(Grace) 2016.11.14 203
294 수필 진정한 문학을 위하여 1 홍인숙(Grace) 2016.11.10 327
293 수필 검소한 삶이 주는 행복 1 홍인숙(Grace) 2016.11.10 191
292 수필 오해 1 홍인숙(Grace) 2016.11.10 122
291 수필 행복 찾기  1 홍인숙(Grace) 2016.11.10 85
290 수필 최선을 다하는 하루  1 홍인숙(Grace) 2016.11.10 11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