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 낭만의 징검다리

by 그레이스 posted Sep 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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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그 낭만의 징검다리


                                        홍인숙 (Grace)




          아침 출근길이었다.
          무엇인가 파르르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그 미동(微動)이 아기 잠자리 같기도 하고
          철 이른 가랑잎 같기도 했다. 

         조심스레 차에 올라 백 미러를 보니
         어느새 노랗게 익은 가로수 잎새 하나가
         작은 왕관처럼 머리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가을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삭막할까.

         긴 여름 황홀한 자태를 잃지 않던 꽃들과
         풀잎마다 초록을 머금던 무성한 숲들이
         어느 날 일제히 잎을 내리고
         여윈 몸 가득, 하얀 눈가루를 덮고 웅크리고 있다면 
         그 황당함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고사리 손가락 같던 봄 햇살에서
         태양의 일렁임이 충만했던 여름이 막바지로 들어서기 전 
         나는 서둘러 가을을 준비했어야 했다.

         지는 꽃과, 허전한 바람, 타지도 못하는 저녁놀,
         내 곁을 떠나는 정든 사람의 몸짓에도
         가을이라는 이름을 안고 성숙해져야 했다. 

         가을은 헤어짐이 아름답도록 준비된 자연의 질서이며
         '허무'라는 단어가 얼마나 낭만적인지 가르쳐주는 
         향기로운 계절이기 때문이다.

         이 가을에 또 얼마나 많은 시인이 태어나고
         얼마나 많은 쓸쓸함이 그들의 가슴속을
         십자수 놓듯 촘촘한 그리움으로 영글어 들것인가.

         무수히 반복되는 여름과 겨울,
         그 상반(相反)의 계절을 이어주는 낭만의 징검다리를
         살며시 딛고 선 아침에
         백 미러 속에는 노란 잎새 하나 왕관처럼 쓴
         철없는 여자의 눈망울이 스쳐 가는 가을에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