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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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땅 < 시마을 문학회 동인집 >

2004.08.25 13:56

그레이스 조회 수:276 추천:26

    
어머니의 땅    
    
                      
                     홍인숙(Grace)



고운 손 마디마디 일구신 땅위에 시월의 빗물이 고입니다.
하나 둔 딸자식 멀리 보내고 긴 세월 젖은 눈 서성였던 어머니.

오늘처럼 실비가 내리던 날.
병약한 딸 소식에 이국 하늘 문지방 넘듯 달려오신 당신은
젖먹이 외손자 품에 안고 고국과 이국을 넘나는 가슴앓이로
고통의 텃밭을 일구셨습니다.

고향 지아비 염려와 병치레 힘겨운 딸자식 연민으로
지샌 밤이 일 년. 이 년. 삼 년.
자식 향한 큰마음에 불법체류 부끄러움 잊고
사는 일 서러워 죽음의 길섶 기웃대는 딸자식 굳게 지키셨던 어머니.

당신 몸에도 번져 가는 병일랑 감추시고
해 아래 힘찬 모습 자랑하시며
어둔 녘 홀로 찬송 부르시던 나의 불쌍한 어머니.
그 찬송이 견딜 수 없던 신음인 것을
당신의 하얀 고통 앞에 한 점 눈길 돌리지 못함은
돌이킬 수 없는 천형이 되어 빗물로 흐릅니다

이제 당신은 가시고 병약했던 딸자식이 지키는 이곳
당신이 누워 계신 땅.
손바닥 펴 몇 뼘 안 되는 작은 땅.
이국의 드높은 하늘아래 별처럼 달처럼 내려앉은 당신은
나와 나의 자식들이 힘찬 용기로 딛고 설 또 하나의 고향입니다.

당신이 일구신 고통의 텃밭에서 들풀처럼 꿋꿋이 다시 서는 밤
오늘도 한 자락 바람으로 다녀 가시는군요.
어머니 -.


( 동인집 / 시간이란 이름 속으로 200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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