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25 08:43
빗방울
홍인숙(Grace)
빛고운 찻잔으로
옛날이 날아들면
아스레히 귓가에 앉는
그대의 언어들
오랜 날
내 안으로 성숙하여
천 갈래 빗줄기보다
더 큰 굴레로 출렁이면
세월을 거꾸로 타고픈 욕망으로
잃어간 얼굴을 읽는다
한 모금
따스한 내음에 마음을 담그고
해맑은 빗방울에
그대, 미소진 얼굴을 모으면
자꾸, 자꾸만
초록빛 살아가는 이야기가
그리워진다
이제 그만
오늘을 멈추고
몹시도 아프게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한 잔 커피에
빗방울 가득
천상의 소리로 내려오는데..
(1995년 샌프란시스코 문학 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