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25 09:04
후회하는 마음
홍인숙(Grace)
너무 먼 곳까지 왔다
바다가 있다는 것만으로 찾아온
이곳엔 하늘이 너무 높아 외롭다
구름과 구름 사이가
산 하나를 넘어온 것보다 멀어
세상이 나를 잊을까 두려움이 앞선다
새천년을 열었다고
둥둥둥 사람들은 환호하는데
난 보이지 않는 별 하나 찾아
헛발 돋음만 하고 있다
자식을 두고
까만 강아지 한 마리를 두고
비워둔 내 집엔
겨울걷이 햇살이 머물텐데
솜털이 보송송한 다람쥐가
뜨락을 맴돌텐데
이곳 산너머엔 장대비만 내린다
너무 먼 곳까지 왔다
바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찾아온
이곳엔 바다는 간 곳 없고
무심한 벌판만이 부끄러이 누워있다
( 수상작 / 계간 시마을 신인상 2000/여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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