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25 14:00
서울, 그 가고픈 곳
홍인숙(Grace)
오늘 같은 날은
바람도 몰래 살짝 가랑잎으로 떨어져
서울거리를 훨훨 날고 싶다.
지하철도 타고, 만원버스도 타고
인사동에도, 광화문에도, 명동에도 가고 싶다.
귀천에서 천상병 시인의 해묵은 사진 보며
녹차 향에 취해보고
지금도 있으려나
삐걱거리는 계단 올라 담배연기 자욱한 아폴로에서
묵직한 클래식 선율에 두 어 시간 푹 잠겨도 보고 싶다.
대학로라고 했던가 그 곳에 가면
내가 얼마나 무심히 세월을 지나왔는지 알 수 있겠지.
교보문고에 들러 마음껏 책 냄새 맡고
화랑에선 가슴 가득 그림으로 채우고
붕어빵 한 봉지 사 들고 비원 숲 벤치에서
연꽃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싶다.
후암동 내 살던 집 앞에 서서
오랜만에 들어보는 올갠 소리
그 옛날 가족의 도란거림이 어둠에 묻어 내리면
서둘러 남산에 올라 야경을 보아야 한다.
별들이 일제히 내려와 반짝이는 그 곳
빛 하나하나 그리움 꼭꼭 심다보면
어느새 이마 가득 안개를 이고 달려오는 새벽하늘
이슬을 맞으며 그 길을 걷고 싶다.
내 푸르름이 녹아있는 남산 길을
그때처럼...
..............
그리곤...
그리곤,
흔적도 없이 돌아와
온몸이 다 타도록 앓고 싶다.
(동인집 / 시간이라는 이름 속으로 200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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