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25 14:08
하늘 / 홍인숙(Grace)
하늘은 알고 있지
내가 그를 바라봄이
공허함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사랑하는 얼굴들
옹기종기 모여있고
아버지 백발이 잔잔히 휘날리는 그곳
아직도 내 유년의 찬란함이
무지개로 걸려있다
하늘은 투명한 물이 되어
내 안의 일렁이는 빛깔대로
번져간다
때론 붉은 가슴으로 침묵하고
때론 하얀 꽃다발을 향기 높이
피워 올리며
내가 몸살을 앓던 어제도
작은 신음을 그치지 않고
같이 앓아 주었다
가슴 벅찬 파도가 되고
황량한 벌판도 되는
하늘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나이 들어 바라보는
하늘엔
언제나 내가 있고
내 안엔 언제나 하늘이 있다는 걸
(2001 미주문학 1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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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 홍인숙(Grace)
나그네가 웃고 있네
홀로 앉아
바라보는 마음에도
행복이 묻어오네
특별한 기쁨도
감당 못할 슬픔도 없는
허무가 평안으로 찾아드는 길목
비를 맞으며, 맞으며
살아있음을 자축하기 위해 들른 찻집엔
슈베르트가 은총으로 내리고
가슴 가득 심연의 말들
차 한 모금의 향기로 삼키네
나그네가 웃고 있네
홀로 앉아
마주친 눈빛
나는 보았네
그 눈빛의 안식을.
(2002 미주문학 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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