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26 03:23
아버지의 아침
홍인숙(Grace)
자명종보다 먼저 달려온 파릇한 미명이
소롯이 잠에 덮인 세상을 열면
녹슨 계단 아래로 서둘러 어둠 지우는 발길
바지자락에 찰랑이는 이슬을 머금고
꽃무더기 화사한 공원 묘지에서
얼굴 없는 사람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굳은 허리를 펴 높이 솟은 하늘을 바라고
시큰거리는 무릎을 추슬러
아슴한 기억이 드러누운 대지를 한주먹에 담는다
하나 둘
하나 둘
둘 둘 셋 넷
밤새 비워낸 가슴을 다시 말갛게 헹구어
하얗게 뜨거운 입김으로 새벽 하늘을 가르는 외침
새파란 미명을 향해 쏟아내는 팔순의 싱그러움이여
( 오레곤 문학 창간호 2003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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