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26 03:38
안개 자욱한 날에
홍인숙(Grace)
어디로 갈까
희미한 발길을 재촉한다
고집쟁이 바위 같은 능선 뒤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안개가
눈물처럼 앞을 가리는 날
파리한 응달에서
슬픈 꽃들이 고개 돌려
소리없이 꽃잎을 지우는 날
저문 마음 쉴 곳 없어
보이지 않는 길을 걷고 있다
겹겹이 쌓인 안개 속으로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노라니
슬픈 꽃나무 가지에서 반짝이는 이슬방울들
아,
당신이 오시려나
소나기 같은 사랑을 주시던 이여!
( 미주문학 2003년 겨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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