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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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맥문학 2003. 7월 / 이민 백주년 미주시인 특집 ]

수록 작품  - 아버지의 아침. 내 안에 그대가 있다 . 비상의 꿈





아버지의 아침 / 홍인숙(Grace)
  

  
자명종보다 먼저 달려온 파릇한 미명이
소롯이 잠에 덮인 세상을 열면
녹슨 계단 아래로 서둘러 어둠 지우는 발길

바지자락에 찰랑이는 이슬을 머금고
꽃무더기 화사한 공원 묘지에서
얼굴 없는 사람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굳은 허리를 펴 높이 솟은 하늘을 바라고
시큰거리는 무릎을 추슬러
아슴한 기억이 드러누운 대지를 한주먹에 담는다

하나 둘
하나 둘
둘 둘 셋 넷

밤새 비워낸 가슴을 다시 말갛게 헹구어
하얗게 뜨거운 입김으로 새벽 하늘을 가르는 외침
새파란 미명을 향해 쏟아내는 팔순의 싱그러움이여


*  *  *  *  *



내 안에 그대가 있다 / 홍인숙(Grace)

  

  
내 안에 그대가 있다
세상빛처럼 안으로, 안으로
따습게 밀려오는 숨결이 있다

귀한 분의 성결함으로
설레는 사랑으로
애틋한 혈육으로
내 안에 그대가 일구어 내는 희망이 있다

점점 조용해지는 세상에서
함께 호흡하며
내 남은 날을 보람있게 하는
그대가 내 안에 있다



*  *  *  *  *


비상(飛翔)의 꿈 / 홍인숙(Grace)
    


  
삶은 끝없는 비상(飛翔)의 꿈과
추락의 예감으로 엇갈리는
갈등구조 속에서 방황하는 것일까

용기 있는 사람은 비상을 꿈꾸고
상처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안일함을 택하고
오직 달관의 눈을 가진 사람만이
저승이 보이는 하늘가에도
무심히 연(鳶)을 띄우리라

날아보지 못한 새가
안전히 내릴 곳을 알 수 없듯
큰소리로 울어보지 못한 바다가
찬란히 지는 해를 안을 수 없듯
꿈꾸어 보지 않은 사람이
슬픈 상처의 아름다움을 추억할 수 있을까

아련한 잠 속에서
그리웠다 말해주던 그대 만날 수 있다면
한번쯤 힘차게 날고픈 욕망

그대, 두려운 목소리로
깨어나라 소리치지 말았으면.



[ 한맥문학 2003. 7월 / 이민 백주년 미주시인 특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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