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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속삭임 <한맥문학 5월/2006>

2006.05.15 14:49

그레이스 조회 수:242 추천:29


길의 속삭임 / 홍인숙(그레이스)



마음이 무거운 날이면 길에 나서보자. 시원스레 일렁이는 바람이 있다면
발그레 잘 익은 석양이 있다면 툭툭 털고 일어나 길의 속삭임을 들어보자.

하늘과 땅 드넓은 공간에 화평한 꽃과 꽃, 지붕과 지붕, 사람과 사람, 풀
잎 하나하나에도 불끈 솟아오른 푸른 혈맥을 보라. 눈감아도 마주 보이는
지척인 우리. 그 사이에도 주체할 수 없게 쌓아올린 가시덤불은 노을에
불태우고 하얗게 사윈 한 줌 재는 대지를 축복하는 평화의 비로 길 위에
흩뿌리자. 오수(午睡)의 하늘 아래 꿈을 안은 풀꽃처럼 비밀한 길의 음성
을 들어보자.

바람도 재우고 석양도 재우고 그늘진 마음도 잠재우는 길. 오늘도 나는 걷
고 있다.


(한맥문학 5월 /2006 북미주문인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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