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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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구월 첫날 / 홍인숙(그레이스)



여름내 침울했던 이마 위로
상큼한 이슬방울이 떨어진다

구월이 성큼 들어선 정원에는
가을 햇살이 나풀거리고
고목이 잘려나간 나무 밑둥에선
고통을 딛고선 땀방울들이
파아란 풀꽃으로 피어올랐다

시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그 한마디로
시인의 얼굴까지 숨겨놓았던
기나긴 침묵이
살며시 기지개 켜고
정다운 시 한편 쓰게 하는 날
설레임으로 자꾸 눈물이 난다


(샌프란시스코 PEN 문학 2호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