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18 14:58
인연 (2) / 홍인숙(그레이스)
어둠이 어둠을 안고
비추는 밝은 빛
슬픔이 슬픔을 안고
미소짓는 따뜻한 고리
낮고 습한 곳에서
피어오르는 침묵의 꽃
그 안에서 서서히 소생하는
착한 목숨, 목숨
* * *
무료한 날의 오후 / 홍인숙(그레이스)
햇살 아래 긴 그림자
윙윙윙, 시간의 물레를 돌리면,
유년의 얼굴로 달려오는
소나기 내리던 날의 미루나무.
정든 사람들을
바람처럼 떠나보내고,
바람처럼 맞이하며,
미루나무 잎 사이로 내가 사라진다.
수많은 봄 지나
이 봄으로 내가 떠나간다.
아,
나는 또 어디쯤에서
외로운 얼굴로 돌아올까.
<시세계 2008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