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01 06:53
저 높은 곳을 향하여
홍인숙(그레이스)
또 한 계단 올랐다
서글펐던 하루가 서둘러
지는 해를 품어 안듯
숨가쁘게 딛고 오르면
저만치 바라보이는 눈부신 뜨락
그 높은 곳을 향하여
오르고
또 오르고..
오랜날 갈등했던
삶의 흔적들이
허무의 점(點)들로
허공 중에 사라진다
한 걸음 한 걸음에
세상사 무심해지는 마음
비울수록 차오르는 충만함 사이로
봇물 터지듯 밀려드는
눈부신 햇살
아, 바로 저 빛.
* * * * *
저녁이 내리는 바다
홍인숙(그레이스)
겨울비를 안고 있는 바다에서
갈매기의 비상을 바라본다
나는 내 삶의 흔적으로
산과 바다를 훨훨 날고 싶다 하고
그는 조용히 흙에 머물고 싶다 한다
세상이 두려워 잠금쇠를 풀지 못했던 나는
홀로 천지를 날고 싶어하고
자유로움을 원했던 그는
한 곳에 묵묵히 정착하고 싶어한다
엇갈림 속에서도 한 가지는 같은 생각
먼저 떠나는 사람이 호강하는 사람이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는 길 배웅 받고
홀가분히 떠날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회색의 바다에는 오늘도 부슬부슬
저녁이 내린다
* * * * *
침묵이 필요했던 날
홍인숙(그레이스)
조금만 더 기다렸더라면
요동치던 파도가 슬며시 잠들기를
파도가 파도를 안고
막을 수 없는 시간 속으로
못이기는 체 밀려가기를
만개하지도 못한 꽃잎을
급류에 흩뿌리던 날
알몸의 나뭇가지에서
서슬 퍼런 눈으로 솟아오른 가시들
어차피 삶은 홀로 사는 것을.
* * * * *
(2013, 버클리 문학 창간호), 저 높은 곳을 향하여 (2008. 미주문학 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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