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주는 마음의 선물

2007.08.17 23:20

홍영순 조회 수:621 추천:85


선물은 크든 작든, 어떤 종류이든 받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 중에도 마음의 선물은 소중한 보물 같아 언제고 꺼내보면 행복해지고, 아프고 추울 때면 따뜻한 등불이 되어주기도 한다. 난 이외에도 이웃이 주는 작은 마음의 선물도 아주 귀히 여긴다. 잠시 스쳐지나가는 이름모를 사람이 주는 마음의 선물은 풀꽃 같으나 오랜 향기로 남는다.

어느 늦가을 밤, 집 근처에 있는 식료품 마켓에 갔다. 그 마켓 문 앞에는 동전을 먹어야만 태워주는 회전 플라스틱 말이 있었다. 그 말들 위엔 3세와 5세쯤 되어 보이는 멕시코인 어린 남매가 앉아있었고 그 앞에는 화가 잔뜩 난 애들 엄마가 서 있었다.
눈치를 보니 아이들은 말을 타겠다고 하고, 엄마는 돈이 없으니 안 된다고 하는 것 같았다. 한참 실랑이를 하던 엄마는 아이들이 말에서 안 내려오자 아이들만 놔두고 휑하니 혼자 마켓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아이들의 눈은 절망과 슬픔으로 가득해졌다. 아이들은 차가운 플라스틱 말위에 앉아 엄마를 기다렸지만 한번 들어간 엄마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나는 50센트를 꺼내 동전 투입기에 넣었다. 순간 말들이 노래를 하며 신나게 달렸다. 곧 아이들 입에 웃음이 번지고, 기쁨으로 눈이 반짝였다. 말들은 꼬마 손님들을 태우고 신나게 몇 바퀴 돌더니 멈췄다.
아이들은 아쉬운 눈빛으로 말 위에 앉은 채 내려오지 않았다. 난 다시 동전을 넣어주었고, 말들은 다시 신나게 노래를 하며 빙글빙글 돌았다.
그날 밤, “이 아이들이 외로울 때면 오늘 밤에 탔던 말을 기억하며 조금이라도 마음이 따뜻하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했다면 나의 욕심이었을까?

오늘은 내가 낯선 백인 여자로부터 마음의 꽃다발을 선물로 받았다.
아들아이가 출근길에 데려다 준 곳은 유방암 검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병원이었다. 한적한 곳으로 이따금 차들만 지나다니지 길을 물어볼 사람조차 없는 낯설고 외딴곳이었다.
서먹서먹하게 병원으로 들어선 나는 몇 장의 서류를 작성하여 접수한 후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유난히 길눈이 어둔 나는 화장실에서 나와 병원 복도를 헤매게 되었다. 이쪽으로 가도 아니고, 반대쪽으로 돌아가도 아니고...
그러는 동안에 내 이름이라도 부르면 어쩌나 조바심을 하는데, 지나가던 여 직원이 다가오더니 오래된 친구처럼 다정하게 웃으며 접수창구가 있는 방으로 데려다 주고 갔다. 그녀는 단 몇 분 만에 나에게 낯선 병원을 편안하고 친근하게 만들어주었다.
내가 그녀에게 받은 마음의 꽃다발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였나보다. 사진 찍고 검사하는 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친구처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기분 좋게 검사를 끝내고 나왔는데 혼자 버스를 타고 집에 갈 걱정이 남았다. 버스정류장이 어딘지도 모른 채 밖으로 나오는데 그 여직원을 다시 만났다. 내가 이 근처에 버스정류장이 있느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자기를 따라 오라며 앞장섰다. 나는 밖이 보이는 복도에 가서 설명해주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더니 병원 밖에 나와 보도를 걷기 시작했다. 내가 미안해하며 그만 들어가라고 하자, “여기 처음 오는 사람들은 길을 찾기 힘들어 고생해요.” 라고 말하며 웃었다.
조금 걷자 길 건너 편 저만치 버스번호판이 보였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몇 발 가다가 다시 돌아서서 멀어져가는 그녀에게 소리쳤다.
“God bless you!"
그녀가 돌아보고 손을 흔들며 웃었다. 아마 그녀도 알고 있었나보다. 잠시 잠간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도 우리의 이웃이라는 걸! 그리고 그 이웃과 나누는 작은 마음의 선물이 얼마나 값진 선물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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