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2010.05.03 09:44

홍영순 조회 수:396 추천:63

타임아웃(Time out)


우리학교는 아이들이 잘못하면 타임아웃을 시킨다. 이 타임 아웃은 어디서든 언제든 아이들이 잘못하면 선생님들이 할 수 있는 벌이다.
교실에 있을 때는 교실 한쪽에 의자를 놓고 잠시 앉아있게 한다. 밖에서 놀다 잘못하면 벤치 같은 곳에 앉혀놓는다.
신기한 것은 미국아이들은 이 타임아웃을 받으면 우리가 어릴 때 학교에서 종아리나 손바닥을 맞을 때와 똑 같이 겁내고 싫어한다.
언젠가 한국 방송에서 타임아웃 시간에 앉아 있는 의자를 ‘생각하는 의자’(Thinking chair)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참 좋은 표현이다.
어린아이가 잘못 했을 때 잠시 의자에 앉아 무엇을 잘못 했는지 깨닫게 하는 건 좋은 교육방법이다. 그러나 타임아웃 시간에는 하던 공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한다.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꼼짝없이 의자에 앉아 반성만 해야 된다는 건 아이들에게 힘든 일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타임아웃을 시키면 절대 복종한다.
간혹 타임아웃 중에도 장난을 해서 선생님들을 화나게 하는 개구쟁이도 있지만 그런 아이는 별로 없다.
타임아웃은 몇 분 동안 짧게 시킨다.  
타임아웃을 시켜도 계속 말썽을 부리면 곧 교장실로 불려간다. 그것도 안 되면 증빙 서류를 준비하여 부모를 불러 상담을 한다.  
내가 우리학교에서 몇 년 동안 일하면서 감동받은 일이 있다.
학부형에게 자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단 한마디도 토를 달거나 불만을 표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 자녀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다음날부터 학교에 오면 자기 자녀가 학교에서 어땠는지 묻고 같이 해결책을 찾는다.  
나는 오늘 조이에게 타임아웃을 시켰다. 조이는 스티븐이 읽고 있는 책을 뺏었다. 그러다 책이 찢어지고 스티븐은 넘어지며 책상에 부딪쳐 조금 다쳤다.
조이는 반항하지는 않았지만 몹시 언짢은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아무리 어리지만 자존심 상하고 창피했을 것이다.
난 속으로 기도했다. 조이가 오늘 받은 타임아웃이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고 두고두고 좋은 교훈이 되게 해달라고.
3분 후에 나는 조이한테 가서 물었다.
“조이 왜 타임아웃을 했는지 아니?”
“스티븐이 읽는 책을 빼앗고 밀었어요. 잘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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