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했을까?

2006.02.08 01:12

고대진 조회 수:968 추천:193

사랑한다는 것은 나 자신이 되길 포기하고 그가 되는 것* 내가 죽고 그만 남는 것 나는 이 사랑이 두려웠다 무서워 사랑의 고비마다 사랑을 죽이고 내가 살았다 내가 살아 네가 죽었다 너를 잃고 난 묻는다 난 정말 사랑을 했을까? 나 없고 너 있는 세상을 아름답게 느꼈나? 너와 나의 다름을 감쌀 수 있었나? 네 고통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나? 대답 못하는 나의 사랑이 죽음같이 무겁게 무겁게 나를 누른다 허나 사랑아 너는 나 없어 무거움 모두 버리고 가벼움이 되었구나 작은 바람을 타고 올라가는 하얀 깃털같이 혹은 무지개색 비눗방울같이 혹은 파란 하늘을 오르는 빨간 풍선같이 오르고 오르는구나 파란 하늘 끝을 만나면 까르르 웃겠지? 웃다가 퐁 터지면 하늘이 되겠지? 하늘이 내게로 온다 *Thomas Merton의 The wisdom of the desert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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