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했을까?
2006.02.08 01:12
사랑한다는 것은
나 자신이 되길 포기하고
그가 되는 것*
내가 죽고
그만 남는 것
나는 이 사랑이 두려웠다
무서워 사랑의 고비마다
사랑을 죽이고 내가 살았다
내가 살아
네가 죽었다
너를 잃고 난
묻는다
난 정말
사랑을 했을까?
나 없고 너 있는 세상을
아름답게 느꼈나?
너와 나의 다름을
감쌀 수 있었나?
네 고통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나?
대답 못하는 나의 사랑이
죽음같이
무겁게
무겁게
나를 누른다
허나 사랑아
너는 나 없어
무거움 모두 버리고
가벼움이 되었구나
작은 바람을 타고 올라가는
하얀 깃털같이 혹은
무지개색 비눗방울같이 혹은
파란 하늘을 오르는
빨간 풍선같이
오르고
오르는구나
파란 하늘 끝을 만나면
까르르 웃겠지?
웃다가 퐁 터지면
하늘이 되겠지?
하늘이 내게로 온다
*Thomas Merton의 The wisdom of the desert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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