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두루미

2009.04.18 00:57

고대진 조회 수:547 추천:107

필자가 사는 곳은 한인이 1만여명이 안되는 버지니아의 중소도시 ‘리치몬드’다. 작은 도시라 자주 한인들을 만나 서로를 잘 알 것 같지만 운동을 같이 하거나 교회가 같지 않으면 만날 틈이 거의 없어 서로를 알 기회가 많지 않다.

  몇 년 전 이웃의 테두리를 넓히려는 시도의 하나로 내가 다니던 교회(신교)와 천주교회가 친선 배구시합을 계획하였다. 교황을 적그리스도라고 알고있는 사람도 있고 천주교는 마치 천도교쯤으로 알며 기독교가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들도 있는 보수적인 교회에서 이런 모임이 가능했던 것은 가톨릭으로 이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필자 같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언젠가 사투리에 관한 글을 쓸 때 외국어같이 어려운 제주도 사투리보다 더 어려운 사투리가 기독교(신교) 사투리라고 쓴 일이 있을 만큼 신교에의 적응이 힘들었던 필자에게는 이번 기회가 신교 신자들에게 가톨릭을 바로 알릴 기회이며 구교와 신교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어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사실 필자는 신교에 다니면서도 가톨릭이라고 우겨서 아내를 비롯한 다른 교인들에게 눈총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겐 신교나 가톨릭이나 다를 것 없는 교회였다. 다른 사람들도 자꾸 만나다보면 구교나 신교나 얼마나 닮은 것이 많은지 알게 되고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 수 있을 게 아닌가 생각하며 예배를 끝내고 신도들과 천주교회로 향했다. 천주교회 마당엔 거기서 준비한 불고기를 비롯한 진수 성찬이 이미 준비되어 있어서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재미있게 운동시합도 하고 돌아왔다.

  문제는 한참 뒤에 나타났다. 교회 미팅에서 어떤 분이 그때 일을 이야기하면서 “아 그 천주교 사람들 너무하던데요… 글세 우리를 불러놓고 우리 앞에서 보라는 듯이 맥주를 마시면서 약을 올리는 거예요…”라면서 여우와 두루미의 이솝 우화가 생각나더라고 했다. -한국 교회에서는 술을 마시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천주교에선 맥주를 술로 생각하지 않고 음료수로 생각하지요. 그리고 고기가 있으니 자연히 맥주가 따라왔을 것이고요”라고 변명을 하면서 그분을 보니 맥주 마시는 것을 보고 무척 마시고는 싶었는데 사람들 눈이 무서워 힘들게 참았던 것 같았다. “마시고 싶으면 그냥 마시지 그랬어요 ” 했더니 “아 그래도 교회 다닌다는 사람이 어떻게…”라며 정색을 한다. “글쎄 맥주는 천주교회에서는 술이 아니라 음료수가 된다니까요. 성당에서는 신부님이 미사 중에 진짜 포도주를 마신다니까요” 하는 나의 말을 듣고도 “그래도 그렇지…” 하며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다음엔 그냥 같이 앉아서 가톨릭인 당신 한잔, 신교 신자인 나도 한잔, 또 같이 계신 하나님께도 한잔… 하면서 마시세요. 정 아니면 기도하고 마시면 어때요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예수님. 이 술이 나에겐 물로 변하게 하여주십시오. 라고 말이에요”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다 목사에게서 “그것은 신성 모독입니다”라는 고함을 듣고 말았다. 결국 그 목회자와 성경을 가지고 왈가왈부 하며 다투다가 나쁜 술을 마신 기분이 되어 돌아온 기억이 있다.

  설사 이런 오해가 생기더라도 우리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자꾸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설사 여우와 두루미라도 자꾸 만나다 보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대하면서 왜 그럴까 이상하게만 여길게 아니라 실제 만나다보면 이웃의 테두리가 넓어질 것 같다. 신교와 구교 또 다른 교파 사람들도 같은 사람임을 알고 나서야 사랑하게 될 것이고. 불교도와 모슬렘들도 자꾸 만나고 얼굴색이 다른 민족들도 자꾸 만나서 교류하다보면 종교에 또한 인종에 관계없이 모두 우리와 유전자의 99.8%가 공통인 우리와 다르지 않은 훌륭한 이웃들임을 알게되지 않을까

  본국의 MBC 방송 대담에서 Y대 원주분교 노정선교수가 “미국은 마리화나 피우다 잡히면 군대간다. 아이큐 낮은 자, 범죄자, 성격 문제자가 군대간다”라는 말을 해서 미군 자녀를 둔 한인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노씨는 정말 미군을 만나보거나 알려는 노력을 해본 일이 없을 것 같다. 그저 ‘카더라’ 소식만을 주워듣고 발언하는 그분의 아이큐가 얼마나 될지 또 그의 성격에는 문제가 없을지 의심이 간다.

  아- 이분을 미군에 입대시키면 어떨까 많은 미군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진실을 알 수 있을 텐데. 문제는 그의 아이큐와 성격으로 미군에 합격할 수 있을지.




<미주 중앙일보 2003년 0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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