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와 조선족

2009.04.18 01:18

고대진 조회 수:803 추천:194

 

본국의 경제사정이 나아지면서 부럽게 여겨졌던 해외 교포들의 생활이 그렇게 환상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알려지고 나서 재미동포가 재미똥포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깐이고 연변 중심으로 중국에 흩어져있는 재중 동포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연변 조선족이라는 말을 따서 재미 동포들을 엘에이 조선족이니 뉴욕 조선족이라고 부른다는 말을 들었다. IMF 가 나기 전까지 말이다.

생각해보면 중국에서 불리는 한민족의 호칭인 조선족이라는 말이나 구 소련연방에서 불리는 고려인 혹은 고려족이란 말은 결코 기분 나쁘게 생각할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들을 때 재미 조선족이라는 말에서 약간의 비하의 뜻이 느껴지는 것은 본국에서 재중 교포들이 받는 대우를 듣고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본국에서 해외 동포를 어떻게 여기던지 해외 조선족들만큼 고국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없는 것 같다. 멀리 떨어질수록 고국에의 그리움은 더해지는 것인지 모른다. 이것은 고국의 팀이 하는 운동시합을 보면 잘 안다.

미국에서 시민권을 받고 살고있는 사람들이나 2세들조차 한국과 미국의 경기에선 한국을 응원하게 되는 것을 보면 고국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살아있는 것을 느낀다. 미국에 왔으면 堅뭘泳汰?되어야 한다고 그래서 한국보다 미국을 응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역설하는 미국의 조선족도 드물게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애정이란 약속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니 문제이다. 물론 내가 사는 나라를 사랑해야 하지만 이런 사랑이란 시민권 선서나 영주권 따위로 저절로 생기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외국에 있는 조선족들은 조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언어와 문화의 바다로 둘러싸인 섬 같다고 생각하면서 동해의 한 가운데 있는 우리의 섬 독도를 다시 생각한다. 아름다운 두 개의 바위 섬 동도와 서도로 되어있는 우리 땅 독도.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아직도 우기고 있는 이 작은 독도에 우리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물위에 보이는 영토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이곳에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 섬을 중심으로 하는 200 해리의 바다까지 영토에 포함시킨다면 엄청난 면적에 해당되고 또 그 영토가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이라 생물 자원이 풍부해서 경제적 이유로도 반듯이 차지해야하는 곳이기는 하다.

하지만 독도사랑을 외치고 독도가 우리 땅임을 강조하는데는 이런 물질적 이유보다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이용가치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우리 것이기 때문에 우리 어머니같이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사실 정부의 입장에선 독도가 외교 분쟁을 일으키는 차라리 버리고 싶은 뜨거운 감자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돈 보다 더 귀한 무엇을 위해 싸운다. 먼 후손들에게 물려줄 조국의 부분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또 조선족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싸운다.

두 해 전 본국에서 김제의, 이미향 두 사람이 독도 수호대 총회를 마치고 집으로 오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숨까지 잃었다. 이들의 죽음을 생각하며 본국의 나호열 시인은 그의 시 <영혼까지 독도에 산골하고>에서 묻는다.…쓸데없는 일에 목숨거는 일처럼/ 허망한 일이 어디 있으랴/ 한참 일할 나이에/ 아니 한참 생의 즐거움을 맛볼 나이에/ 힘도 없으면서/ 빽도 없으면서/ 그들은 왜 독도를 지키자고 목청을 높였는가/ 그러다가 왜 정말로 목숨을 버려야 했는가/…그리고 그는 대답한다.…쓸데없는 일에 청춘을 불사르고/ 목매다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밝아졌다는 것을/ 두꺼운 역사책 어느 구석에도 이름 없는/ 그들 때문에/ 세상이 맑아졌다는 것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사람들의 독도사랑이 이러하다면 나는 그들의 민족 사랑도 이와 같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모든 조선족들 모두 또한 우리의 독도이기 때문이다. 조국과는 멀리 떨어져있어도 어려움의 바다 가운데 꿋꿋하게 서 있는 모든 조선족으로부터 200 해리가 모두 우리 땅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아- 고국은 얼마나 넓어지고 밝아지고 맑아질지…

(9월 셋째주일에 캐나다 토론토 총영사관 전시실에서 독도 시화전이 열린다. 아름다운 독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003년 9월 8일 미주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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