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19 09:40

죄와 슬픔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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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떠나면 된다
처마 끝에 머물다 가는 구름처럼

언덕에 혼자 서 있는
나무 스치는 바람과 친구 되어 걸어가다가
산기슭 풀밭에 눕기도 하고
가을 숲에선 낙엽에 떨어진 못다 끝낸 말들
주워 모아 불태워 하늘에 올려 보내고

가을비에 젖은 대합실 긴 의자에 앉았다가
떠난 뒤 소식 없는 사람들 떠도는
먼 도시의 거리들을 지나
검은 구름 몰려오는 겨울 바닷가에서
이제는 더 갈 수 없다 생각하고

돌아오는 길에 죄와 슬픔 있어도
여행은 그냥 떠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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