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새 날에

2003.02.02 17:22

박경숙 조회 수:97 추천:5

구정을 지내고(떡국 한그릇 끓여먹는 것으로 대신했지만) 지은씨 방에 들어서니 반가운 흔적이 있군요. 가장 한국적인 새 날을 지내고 읽게된 지은씨의 글이라 더 반갑습니다.

세상에서 견디지 못할 일이란 아무 것도 없답니다. 하느님은 얼마나 정확한 분인지 그 사람이 최대한으로 견딜만한 십자가를 주신답니다.
때론 보기보다 질기고 독한 내 심성을 어떻게 아셨을까 싶게 말이죠.
아마 난 저 십자가 때문에 죽고말리라 생각했는데 세월이 지나니 버젓이 내 십자가로 지고사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지난 가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을 때 자정이 다 되어 도착한 지은씨의 집, 무엇하나 흠 잡을데 없이 이쁘고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문학적 후원자와 같은 부군과 잘 이끌고 나가는 간호사 직업, 특히 공부할 맛이 물씬 풍기는 서재를 보았을 때 한 마디로 부러움이 솟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나름대로 내 삶을 견디고 사랑할 줄도 아는 사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축복할 줄도 안답니다. 타인의 행복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주변의 한 사람이, 그것도 수 년전 내 독자되기를 자청하던 동갑내기 문학인이 잘 살고있는 것에 가슴이 훈훈했답니다.

그래요. 잠시의 훈련입니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고통으로 훈련되지 않으면 하느님의 모습에서 자꾸 멀어지니까요. 나 또한 날마다 순간마다 훈련을 받고 있답니다. 때로는 그분의 눈길에 원망과 감사를 함께하면서….

앞으로 지은씨의 가슴 속에서 더 깊고 아름다운 글이 탄생되지 않겠어요. 지난번 보내주신 수필집은 이미 잔잔한 아름다움이 배어있지만요. 다음 작품 기다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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