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덧없음의 상징

2003.03.18 02:41

이수산나 조회 수:157 추천:5

제가 다니고 있는 산호세 한국 성당 홈페이지의 <이야기 나눔방> 에 실려 있던 글을 퍼왔습니다.
사순절 동안 묵상하기에 참 좋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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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와 선.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재라는 것은 통해, 참회, 덧없음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지난 3월 5일 재의 수요일에 저희 본당에서는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을 행하였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창세 3, 19)라고 하시며 머리에 재를 얹어주었습니다. 이 예식을 통하여 인간의 본질이 흙이라는 사실을 묵상하게 하셨습니다.

물질 문명이 극도로 발달한 오늘날, 머리에 재를 뿌리면서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며 마음에 새겨 두려고 하는 사람은 아마도 우리 가톨릭 신앙인들 외에 누가 또 있겠습니까?

금년은 어린이들도 많이 나와 재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얼굴에 미소를 지우며 머리에 재를 얹는 것이 신기하고 장난스러워 보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이들은 이 예절이 회개와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알았더라도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 예식이 어린이들만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누구라도 죽음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 죽음은 나와 거리가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재의 수요일에 교회는 상징적으로 회개와 죽음을 묵상하게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허무감을 주거나 두려움을 심기 위해서는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전도를 시작하실 때 제일 먼저하신 말씀이 "회개하라. 하늘 나라가 다가 왔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 4, 17) 예수님의 이 말씀은 곧 하늘 나라에 드러가기 위해서는 제일 중요한 것이 회개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성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말씀하시기를 우리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누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회개한 사람이 받을 상과 회개 하지 않은 사람이 받을 벌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회개는 우리 삶에 가장 근본이 되겠기에 교회는 1091년 교황 우르바노 1세(1088-1099, 베네벤토 교회 회의)에 의하여 모든 신자들도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을 받도록 권고하였습니다.

이렇게 이 예식을 통하여 재를 받으면서 우리는 언젠가 재가된다는 사실을 기억고. 회개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며 그리고 죽음을 떠올리면서 사순절 동안 만이라도 이 연습을 시도하라는 것이 재의 수요일에 담긴 교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랑하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고,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고...,
이렇게 우리가 살아 가는데에는 연습해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 됩니다.
작심 삼 일이 되더라도 시작하고 또 시작하는 연습 말입니다.

요한의 묵시록(3, 3)에 "그러므로 네가 그 가르침을 어떻게 받았으며 어떻게 들었는지를 되새겨 그것을 굳게 지켜라. 그리고 네 잘못을 뉘우쳐라. 만일 네가 깨어 있지 않으면 내가 도둑처럼 너에게 나타날 것이다."라고 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상기하며 "항상 깨어 있는" (마르 14,33)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결국은 모든 것을 두고 떠날 인생이 아닙니까?
머리 위에 뿌려진 재 속에 이 진리가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금년 사순절동안 실천 해야 할 것은 다시 시작하고 또 시작하면서,
깨어있는 삶으로 또 다른 기쁨의 부활절을 맞이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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