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 모여! / 전지은

2003.07.01 14:17

徙義 조회 수:196 추천:14


♤ 마카 모여! / 전지은(소설가)

인터넷이라는 것이 생활의 편리한 도구가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전기나 기계들을 만지는 것은 남편 몫으로 정해 두고 산 20년의 세월. 습관처럼 컴퓨터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을 갖게되었다. 한밤중 인터넷을 쓴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이를 의심의 눈으로 쳐다보았다. 더구나 ‘노랑나비’ 어쩌고 하는 코멘트까지 인터넷은 닭살 돋는 듯 한 것으로 치부해 두고 살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직장에서, 친구들과, 글쓰는 일까지 컴퓨터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되었다. 폭주하는 전자메일, 사이버 정보, 없는 것 없이 골고루 갖춘 만물상은 새벽이든 한밤중이든 상관하지 않고 장판을 벌려 손님을 불렀다. 매일 챙겨보아야 하는 서너 개의 전자메일 우체통. 열어보고, 정리하고, 답하고, 해야 할 일을 정하는 것까지, 원하지 않아도 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았다.

초등학교 친구로부터 전자메일이 온 것은 연초. 연하장이 왔는가 싶더니 우리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사이트를 알려왔다. 달싹거리는 가슴을 진정 시키며 사이트를 찾았다. 입학하고 등교하는 과정에서 잊고 살았다고 생각했던 주민등록번호를 기억해 냈고, 동심으로 돌아가 추억은 타임 머신을 타고 태평양 너머로 돌아갔다.

회전 그네를 타면 하늘이 푸르고 높다. 빙빙 돌며 어지럽다간 가슴이 울렁이는 요술나라로 초대되었던 것처럼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읽으며 나도 함께 그네를 타고, 고무줄 놀이를 하고 오재미 던지기를 한다. 교장의 한 말씀, 산행기, 연애기 한편, 고운 시 몇 수, 아이자랑들, 다음 만남의 약속, 마누라들의 인사와 매일 등교하는 착한 학생들의 일상사까지 한 교실에 다시 모인다.

멀리 있으면서도 가까이 있는 듯하고 가끔씩 만나면서도 늘 만나는 듯 편안한 친구들, 같은 고향과 같은 추억을 갖고 있다는 것,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는 것, 유년기 동안 나누었던 조건 없는 사랑의 공통 분모, 그런 것들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리라.

오늘 아침엔 겨울 산행을 떠난다. 뜨거운 가슴 나누며 천제단의 기를 받는다. 미끄러지고 자빠지는 오리 궁둥이가 되기도 하고 뜨거운 국물 소리내며 들이키기도 한다. 소주한잔 청하는 친구들의 가락에 나도 함께 명치끝이 시원해지는 것을...

아직 입학하지 못한 친구들, 딸과 아들 아니면 남편을 졸라서라도 여길 한번 다녀가야 할 것 같다. 무료한 기지개 켜며 하루를 여는 시간에, 사는 것이 재미없어 짜증나거나 긴 우울에 빠지려 할 때 클릭한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비누방울같이 신선한 아침을 전한다. 가슴으로 여울져 내리는 고향의 추억과 상큼한 갯내음 흠뻑 풍기는 바닷가로 나간다. 생활의 무공해 효소들은 웃음을 만들어준다. 활력소를 나누며 함께 외치는, “마카 모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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