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라님!

2004.02.25 16:52

안젤라 조회 수:192 추천:12

재 수요일
성당에서 돌아오니 반가운 글라라님의 걸음에 한달음에 왔어요....
저는 설국에 계심이 한 없이 부러워지는데....
지은씨는 혹 산타쿠르스 비치가 더 많이 생각나시는 건 아니신지요?
이렇게 사람들은 서로 함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끝없는 동경으로 살아지나봅니다.
아들 아이때문에 Monterey로 가면서 지은씨 생각,
끝내 이루지 못했던 바닷가에서의 일박을 생각했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함께 나누며.
늘 건강하시구요.
하시는 사업에 주님 축복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재의 수요일 아침에

이해인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

이마에 재를 얹어 주는 사제의 목소리도
잿빛으로 가라앉은 재의 수요일 아침
꽃 한송이 없는 제단 앞에서 눈을 감으면
삶은 하나의 시장기임이 문득 새롭습니다.

죽어가는 이들을 가까이 지켜보면서도
자기의 죽음은 너무 멀리 있다고만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 속에 나도 숨어 있습니다.

아름다움의 발견에 차츰 무디어 가는
내마음을 위해서도
오늘은 맑게 울어야겠습니다.

먼지 낀 마음의 유리창을
오랜만에 닦아 내며 하늘을 바라보는 겸허한 아침
땅도 사람도 가까워질 수 있음을 새롭게 배웁니다.

사랑없으면 더욱 짐이 되는 일상의 무게와
나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조차
담담히 받아들이는 일
이 또한 기도의 시작임을 깨닫는
재의 수요일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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