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몸매

2004.02.03 06:27

노기제 조회 수:1025 추천:92

아름다운 몸매

노 기제

어느 때부터 인지 주위로부터 몸이 났다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거울을 보니 분명 그런 것 같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먹는 것이 너무 좋으니 별 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속으로는 어지간히 자신이 있기도 했다. 내가 살이 찌면 얼마나 찌겠느냐고 방심했던 것이다.
그럭저럭 신경 안 쓰고 여전히 잘 먹고 여전히 게으르게 살다 보니 급기야는 몸에 맞는 옷을 새로 사야 할 지경이 된 것이다. 게다가 남편의 꼬집는 말까지 들어야 한다. “윈디야, 니네 엄마 임신했니? 엄마 배 좀 봐라” 라며 슬쩍 돌려서 하는 남편의 말에 얼른 아랫배를 내려다 보니 어머 세상에 정말 임신 팔 개월쯤 되어 보인다. 순간 나 자신도 깜짝 놀랬다. 어느새 몸매가 이지경이 되었을까 . 있는 힘을 다해서 배를 들이 밀어 보았다. 우선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심한 정도는 아니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다. 아무리 힘을 다해 밀어 넣어도 배는 여전히 불룩하게 나와있다.
뭐라 대꾸도 하지 못 하고 얼른 남편의 눈길을 피해 돌아섰다. 배가 나온 것이 충격이 아니라 나온 배를 내 힘으로 들이 밀어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충격인 것이다. 언제든지 내가 원하면 힘을 주어 배를 끌어 들일 수 있었기 때문에 이지경이 되도록 까지 먹고 또 먹고 신나게 먹고 즐겼던 것이다.
나에게 먹는다는 사실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먹는 순간은 정말 행복하다. 먹어도 먹어 도 왜 그리 맛이 있는지 자꾸 먹고 싶기만 한데 결국 배가 불러서 먹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게다가 주위에서는 모두 “그렇게 먹어도 살이 안 찌니 얼마나 좋아” 라며 부러워 한다. 그러니까 나 자신도 정말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려니 착각 했던 것이다.
큰 일이다. 옷을 입을 수가 없다. 아랫배가 불룩 나온 모습이 옷 매무새가 전혀 없다. 그 동안 너무 방심을 했구나. 일을 할 때도 그 바쁜 틈을 내어 날마다 수영을 했었는데 집에서 놀면서부터 는 수영도 안 하고 걷지도 않고 일 주일에 한 번 남편 따라 가던 등산도 귀찮다고 안 다녔다.
마음을 다 잡고 계획을 세웠다. 우선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일이다. 집 근처 헐리웃 산을 걷기로 했다. 걷는 일이 내가 좋아하는 운동은 아니다. 그렇담 내가 좋아하는 물로 가 보자. 수영을 하기로 했다. 예전 같지 않고 속도도 느리고 숨이 금방 찬다. 40분 정도하면 싫증이 나서 물에서 나오고 싶어진다. 적어도 한 시간은 해야 예전의 운동량을 다 하는 셈이다. 싫증 내고 또 중단하느니 차츰 시간을 늘려가기로 했다.
수영을 하는 내내 속으로 명령을 내린다. “내 몸에 붙은 군살들아 즉각 떨어져 나가라. 나는 원래가 늘씬하다. 내 몸매는 아름답다. 그러므로 너희들 군살은 내게서 멀리 사라진다. 영원히 영원히 내 몸에서 사라진다. 지금 곧 사라진다. 그리고 수영하는 동안에 특별히 똥배는 쏙 빠진다. 그래서 나는 예전의 늘씬한 몸매로 돌아간다. 나는 아름다운 몸매를 가졌다. 내 몸에 군살은 없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몸에 남은 군살은 떨어져 나간다. 전부 사라진다.”
2
사오십분 내내 수영을 하면서 되 뇌었으니 당장이라도 내 똥배는 쏙 빠진 듯한 착각에 두 손으로 아랫배를 감싸본다. 여전히 임신 8개월의 배다. 순간 실망이 되어 주저 앉고 싶다. 아니다. 이럴게 아니다. 내가 뭐 마술을 부린 것도 아닌데 무슨 수영 한 번 했다고 몇 년 동안 축척 된 기름진 똥배를 단숨에 날릴 수 있겠는가.
그 후론 날마다 수영이나 걷기나 거르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먹는 것도 많이 생각하며 먹는다.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먹던 밥도 한 끼쯤 은 좀 가볍게 해결하도록 신경을 쓴다. 아무리 입에선 자꾸 들어오라고 해도 적당한 때 수저를 놓기로 결심을 했다.
좀처럼 효과가 보이질 않는다. 실망도 크다. 그러나 중단 할 수는 없다. 이대로 흉한 몸매를 용납 할 수가 없다. 새로 옷을 바꿔야 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효과를 더하기 위해서 달력에 있는 미끈한 몸매의 여인을 매일 여러 시간 바라본다.
만일 남편이 그런 달력을 보고 있다면 한마디 핀잔이라도 주었을 법한 야한 사진이다. 중요한 부분을 살짝 가린 여인의 쭉 빠진 몸매를 보면서 바로 내 몸매도 저렇게 된다고 생각한다.
귀찮고 주저앉고 싶어도 일어난다. 수영 하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포기 하면 그냥 먹고 싶은 것 먹고, 졸리면 자고, 신문이나 읽다가 또 퍼진다. 그래 가지곤 똥배를 사라지게 할 수가 없다. 날마다 못 하더라도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운동을 하려고 안 간 힘을 쓴다. 주말이면 산에 가는 남편을 따라 가기 위해서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한다. 하루종일 산길을 걸으며 또 뇌인다. “나는 날씬하다. 내 몸에 있는 군살은 오늘 다 사라진다. 내 똥배는 쏘옥 들어간다. 나는 날씬하다. 내 몸매는 아름답다. 아름답다.”
한 달 정도 노력에 5 파운드 감량 됐다. 아랫배도 이젠 힘을 주어 당기면 잘 들어온다. 좀 힘이 들더라도 항상 끌어 당겨 날씬한 배로 유지하고 있다. 계속 신경 쓰고 노력해야겠다.. 이젠 누구 라도 어머, 왜 이리 빠졌어 라고 한 마디씩 할것이다.

댓글 0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들러주시고 글 읽어 주시는 분들께 [2] 노기제 2022.12.01 42
340 애인 노기제 2007.08.08 2433
339 쎅스폰 부는 가슴 노기제 2007.01.16 1477
338 짜증나는 세상, 잘 살아내자 노 기제 2016.12.26 1238
337 현창이 영전에 노기제 2009.12.20 1079
336 단편소설, 사랑, 그 이파리들 (첫번째 이파리) 노기제 2010.12.05 1069
335 엄마 생각 (시) 노기제 2011.09.06 1042
» 아름다운 몸매 노기제 2004.02.03 1025
333 타교로 간 17회 엘에이 3인방의 변 노기제 2013.12.09 1020
332 소설, 사랑, 그 이파리들 (네 번째 이파리) 노기제 2010.12.05 1005
331 나의 발렌타인이 되어주세요 노기제 2004.05.02 1003
330 여자는 물과 같거든 노기제 2004.11.21 986
329 편지 노기제 2007.05.20 967
328 사회자 필요하세요? 노기제 2008.02.10 964
327 구름 한 점 노기제 2007.05.20 963
326 소설, 사랑, 그 이파리들 (두번째 이파리) 노기제 2010.12.05 961
325 잊은 줄 알았는데 노기제 2008.08.20 959
324 소설, 사랑, 그 이파리들(세번째 이파리) 노기제 2010.12.05 941
323 소라의 회복 노기제 2010.09.02 935
322 속옷까지 벗어 준 노기제 2007.06.29 935
321 첫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사람 노기제 2006.05.04 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