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축하해.

2005.05.08 03:32

노기제 조회 수:767 추천:111

040405                자기야, 축하해
                                                                        노 기제
        그동안 정말 아슬아슬 했다.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는 유전인자에 사로 잡혀서 가끔은 두려웠던 시간들도 있었다. 젊은 시절엔 별로 신경 안 쓰고 패기 있게 잘 살아 왔다.  어쩜 그냥 그러니 타고난 수명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며 포기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육십까지만 살아도 감사하게 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었다.
        자기 기억나? 혼인신고 마친 후인가, 신혼여행 다니면서였나 , 아주 가볍게 던지는 듯 내게 그랬잖아. 우리집은 모두 고혈압이라 장수하는 집안은 아냐. 그러니 자기가 알아서 해. 그 소릴 들으며 난 자신있게 대답했지. 속으로만. 그거야 뭐 내가 해주는 음식만 잘 먹으면 걱정거리도 아닌 일인걸. 다행히 난 성경에 눈을 떴고, 하나님 말씀 안에서 살기 시작했으니 하나님께서 먹으라 허락하신 음식만 먹게 하면 되고, 하나님께서 살라하신 방법대로 살면 되니까.
        그것도 자기 복이다 그지? 음식 솜씨 좋은 규수 만나서 매일 진수성찬  먹고 살았더라면 자기도 지금쯤 고혈압으로 고생께나 할 수도 있겠지만,  음식 솜씨는 별로 없지만 성경 말씀에 순종하는  여자 만나서 건강식 하며 살아온 결과, 견강지수 아주 양호한 상태로,  자기 집안 내력에선  도달하기 힘든 환갑도 맞게 되었으니 이건 분명 자기 몫으로 떨어진 하늘의 축복 이거든.  
        환갑잔치 못하고 가신 어머님과 누님, 그리고 형님 생각하면서 자기가 환갑까지 살 수 있으려나 의심 했던 건 너무도 당연한 걱정이었잖아. 굳건한 믿음으로 하나님께 맡기고 살다가도 문득문득 몰려오던 그 두려움을 나도 함께 느끼곤 했으니까.
        그러나 막상 자기가 환갑을 맞게 되니 새삼, 먼저 가신 형제들의 소중한 삶이 너무 짧았다고 아쉬움이 다가오네. 그분들은 아마, 막내 동생인 자기라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주기를 소망하셨을터. 형제들이 다 못 누리고 가신 생명의 시간들을 자기가 맡아 귀하게 관리해야 될까봐.
자기야,  인생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각오로 새로운 삶을 시작해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자기의 할 일이 된 셈이야 그렇댬 이제껏 살아 온 생활을 뒤 돌아보면서 아주 작은 곳에까지 보수공사를 한 번 해 보면 어떨까. 물론 지금까지도 잘 살아왔지만, 먼저 가신 어머님과 누나와 형아의 몫까지 살아 내려면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멋지게 살아내야 하니까.
사실은 좀 맹랑한 발상이다. 언제 우리가 계획을 세워 놓고 그 계획대로 살아왔나.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나 스스로는 한 번도 내 인생을 미리 설계한 적이 없다. 딱히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라는 삶의 테두리를 잡지 못하고  여기까지 흘러왔다. 세상이 흘러 가는 보통 길을 내가  원하는 길인 줄 착각하고 열심히 다라  걸어왔다.
그러기에 지금부터라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 원하는 것을 확실히 찾아내어 그 길로 진로를 바꿔 보면 어떨까.  그러기엔 문제가 있다. 난 아직도 내가 무얼 하며 살고 싶은지 딱 한마디로 꼬집어 말하지 못한다. 모르니까.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일까. 어쨋던 선명하게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내 머리속에 있는  나의 인생은 어떤 모양인지.
그렇게 내 인생 설계는 접어두고  어차피 내 인생을 업고 가는 자기의 인생 설계나 확실하게 그려졌음 좋겠다. 한 번도 자기의 하고자 하는 소망을 내어 비치지 않았다. 넉넉지 못하다는 핑계로 언제나 내게 모든 것을 양보하곤 했으니까.  
쉬운 예를 하나 들면, 함께 시작한 승마 강습을 한 달 채우곤, 비싼 운동은 자기나 해라. 난 돈 안드는 운동 해두 되니까. 농담처럼 한 마디 하곤  필요한 장비 구입할 때 진짜루 내 장비만 사줬다.
허구헌날 밥하기 싫어하는 내게 밥 먹으러 나가자 나가자 하면서도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식당엘 가는 것이 아니다. 뭐 먹을까로 시작해서 결론은 항상 내가 좋아하는 냉면집이다.  겨울이나 여름이나 계절에 상관 없이 냄면만 찾는 마누라를 우선으로 해 준다.
이젠 좀 인생 패턴을 바꿔 보자. 환갑까지는 자기 몫이었으니 마누라에게 양보하며 살아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어머니와 누나와 형의 몫을 함께 산다는 생각으로 자기의 취향대로 자기의 원하는 대로 한 번 살아줬음 좋겠다. 잘 될는지 모르지만 나도 자기처럼 양보하도록 노력 하고 싶으니까.
입에 발린 소리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내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바람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 다 해주고 싶다. 아무것도 뒷 바라지 못 해주고  오늘까지 살았으니 이제 부터라도 뭔가 자기를 위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다.  
유전적으로 장수하는 집안이 아닌 자기가 그 어려운 환갑 고개를 넘게 된 이 날. “자기야 축하해, 그리고 고마워.”  앞으로 살아 갈 시간들은 온전히 자기를 위해 살아가고 싶다.   표현이 서툴러 일어났던  많은 시행 착오도 , 결국은  다 자기의 깊은 사랑이었음을  난 안다.
자기야, 축하해.                                              041105

2005년 5월 미주 이화 거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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