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임무에 따라야 할 회개

2005.07.06 10:14

노기제 조회 수:782 추천:111

070505                
                        회계 임무에 따라야 할 회개
                                                                        노 기제
        회계란 직책에서 손을 뗀게10년 전 쯤이다. 그러니 지금의 나 보다는 훨씬 팔팔할 때다. 타고난 성격도 누구 못지 않게 급하고 직선적이다.  무어든 밸이 꼴리는 일은 속에 담아 두질 못한다. 그것도 나 자신의 판단을 기준으로 살았으니 아마도 억울하게 당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도무지 참아야 한다는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나쁜 감정을 참다니. 차라리 다 털어 놓고 시비를 가리고 좋은 감정으로 살자는 것이 내 이론이었으니까.
        교회에서 회계란 직분을 받고부터 나의 신앙생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빈틈없이 해내는 일 솜씨야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경제력도 빵빵할 때다.  통관사 자격증으로 회사를 운영하던터니 여유자금이 충분하다. 하나님 사업을 이유로 도움을 요청하는 누구에게던 뭉치돈을 건넬만큼 충동적 믿음도 있었다. 내가 충분히 가졌으니 교회돈에 손을 댈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교회에 적을 둔 소위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이러이러 해야 된다는 내 이론을 세워 놓고 사람을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열개중 하나는 하나님 것이니 하나님께 돌려드려야 한다는 원칙을 내 세웠다. 분명 돈 푼깨나 번다는 사람인데 십일조는 택도 없이 작은 액수가 나온다면 그 사람에게서 빼닥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십일조는 말야, 세금을 공제하기전의 수입으로 결정을 하는 것인 줄 모르고 있었느냐고 넌즛이 알려준다.
        교회 연금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명목이 있다. 십일조를 비롯해서 감사연금, 생일감사연금, 투자연금, 건축연금, 월정연금,  게다가 특별한 이름을 달고 헌금을 호소할 때가 비일비재하다. 막상 교회에 적을 두고 신앙인으로 살다보니 믿음안에서 어떤 연금이라도 소화되고, 동참하고. 불평은 사라진다. 허지만 그렇지 못한 상태로 교회에 적을 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난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회계직분을 받은 나는 나의 생활정도와 나의 신앙생활의 깊이를 잣대로 모든 교인들을 평하는 우를 범하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교인을 만나더라도 맨처음 그 사람의 연금 기록 상황을 떠올린다. 십일조는 얼마, 무슨 연금은 전혀 내지도 않는 사람, 지난번 특별연금 호소  땐 아예 서약도 하지 않은 사람 등등 한치의 오차도 없이 확실하게 그 사람 얼굴에 펼쳐 보인다.
        그러기를 7년, 누구든  헌금 약속을 한 사람에겐 그냥 지나치게 두질 않았다. 상냥하게 웃으면서 근황을 걱정해주며 사실은 어떤 명목의 어떤 연금이 아직 완납되지 않았으니 형편 되시면 해결 해 주십사고 겸손하게 종용한다. 돈이 걷히는 통계에만 쾌재를 부르면서 말이다. 변명을 하자면 절대로 기분 상하지 않게, 자신의 믿음을 연금 내는 일에 비교하도록 은근히 부추기기도 했을꺼다.
        그래서 내가 회계를 맡았던 동안 교인 숫자에 비해선 많은 돈을 걷어 들였다. 모두들 한 마디씩 했다. 알뜰하게 살림해서 교회가 넉넉해 졌다느니, 회계는 노집사님처럼 악착 같은 데가 있어야 한다느니, 허투로 쓰지 않아서 맘이 놓인다느니. 그러나 하나님이 보시기엔 아름답지 못했나 보다.
        내게서 그 회계업무를 거두시기 위해 교회를 분리시키셨다. 교회가 두동강이
나고 교인이 흩어졌다.  거두었던 돈은 엄한 교회에 다 빼았기고 우리 가정은  낯선 교회에 평범한 교인으로  적을 옮겼다. 많은 교인들이 입을 모았다. 어떻게 모은 돈인데 몽땅 내어 주다니. 교회를 깨어서라도 자신의 밥벌이를 지키려던 담임목사를 지탄하며 분노들 했다. 그러나 난 안다. 일어나는 이 모든일이 나를 건져내기 위한 하나님의 작전이시란걸.
        제때 제때 돈 안내는 사람들 때문에 회계직분 때려 치겠다고 짜증이라도 내면 슬그머니 그 중요성 때문에 노집사가 평생 맡아 줘야 한다고 타이르시던 장로님. 그런가 해서 또 잠잠히 돈 걷기에 혈안이 되곤 하던 나.  결국은 하나님 사랑 다 잊고 숫자대로, 세상 방법대로, 원칙을 앞세워, 속으로 미워하고, 판단하며 사단의 앞잡이가 되었던 나. 이런 나를 끔찍이도 사랑하신 하나님의 계획이셨음을 인정 한다.
        그 후 10여년을 조용히 뒷자리에서 평신도로 살면서 회개도 많이 했다. 그리고 이렇게 조용히 살게 해 주신 처사에 감사도 했다. 그 회계라는 직책은 아무나 할 수도, 또 장기간 해서도 아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가진 내게 또 다시 회계라는 직책이 맡겨졌다. 내가 십 이년째 몸 담아 온 한인기독합창단에서다. 미국생활 32년에  맘에 맞는 지휘자 찾아 여러 합창단에 적을 두었었다. 그중 최장 기간 몸담고 있는 곳이다. 어찌 사양할 틈도 없이 그냥 떠 맡고는 교회보다는 규모가 작으니까, 그리고 나도 많이 느긋해 졌으니까 스스로 위로하며 일년동안 해 냈다.
        그런데 난 하나도 변하지가 않았다. 여전히 내야 할 회비나, 연주회 티켓 값이나 약속한 광고비 따위에 회원의 인격을 묶어 논다. 어쩌다 얼굴에 철판 깔고 미불상태로 연주를 끝낸 회원이 있으면 그 다음 연습 때까지 이를 간다. 정말 몹쓸 인간이라고 딱지를 부친다. 임원회의 땐 볼멘 소리로 이름을 거론한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이 합창단을 분산 시키기 전, 분명 난 아직 준비되지 못한 회계직에서 손을 떼야 한다. 요즘은 노래 연습도 재미가 없다. 어서 빨리 이 직책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왜 상황은 회계 맡을 사람이 없다라고만 말하나.
믿음안에서 사랑안에서 완전히 거듭나지 않은 난 그들의 장부 기록을  완전히 잊어야 한다. 그게 내가 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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