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덤으로 떨어진 시간들
2006.03.21 08:45
내 인생에 덤으로 떨어진 시간들
노 기제
왜 그리 쉽게 약속을 했을까. 언제였나? 내가 까마득히 머언 훗날이라생각하고 간절하게 소망했던 시간이 내 앞으로 바싹 다가왔다. 엄마 만큼만 살 수 있다면 땡큐지. 그 다음은 덤이니 온전히 하나님 뜻대로 살겠다고 하늘을 향해 말 했었다.
그렇댜고 내가 방탕하게 살면서 제안 한 말은 아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사느라고 노력은 했는데, 이젠 그 정도의 노력으론 충분할 수 없는 때가 온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내가 먹고 싶은 것 먹으면서, 내가 가고 싶은 곳 마음대로 가면서……..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 하나님, 제가 어떻게 살기를 원하시나요?
그리도 길게 느껴졌던 환갑이란 나이. 엄마는 그 환갑을 어찌나 손꼽아 기다리셨던지. 잔치, 잔치, 아주 큰 환갑잔치를 하고 싶어 했다. 왜 그러셨을까. 울아빤 친척 친지들 모아 놓고 앞서간 큰아들 태생인 일곱살짜리 맏손자 큰절을 선두로 환갑잔치 거하게 치르셨다. 자식이래야 남은 둘째 아들과 외동딸 뿐인데, 그나마 딸자식인 난 미국에 살면서 참석하지도 못했다.
나중에 사진으로 받아 본 잔칫상은 정말 대단했다. 아버지 일생을 바쳐 이끌어 오신 권투위원회 관계자들 모두가 모였던 때문이었으리라. 장손이란 명목 때문에 큰 아들 태생인 손자가, 살아있는 둘째 아들보다 먼저 절을 올림으로 모인 축하객들을 숙연하게 했었다는 소식과 함께 가슴 뿌듯한 잔치였다. 아마도 엄만 바로 그런 환갑잔치를 꿈 꾸셨나보다.
그런 엄마의 소망은 아랑곳 않고 아버진 덜컥 심장마비를 일으켜 돌아가셨다. 바로 엄마의 환갑 보름전 쯤에. 가엾은 울엄마 그렇게 노래하며 기다리던 환갑잔치는 상 중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챙겨 줄 생각을 못하게 되었다. 그리곤 몇 달 뒤, 그냥 남편 뒤 따라 가버리셨다.
그 때 난 생각했다. 환갑이란 나이가 그렇게 쉽게 다가 오는 건 아니란 것을. 내가 보기엔, 환갑잔치를 꿈꾸며 그 나이까지 살 수 있었던 엄마가 그렇게 억울한 상황은 아니다. 가까이에 내 시댁을 보면 시어머님, 시누님, 시 아주버님, 모두 환갑 전에 타계 하셨다.
그런 관계로 난 선듯 그 당시 20여년 넘게 남은 내 환갑을 그렇게 점 첬나보다. 엄마 만큼만 살아도 감사한 일이니, 그 후의 삶은 완전히 덤이다. 덤으로 받은 시간들 내 멋대로 살지 말고 하나님 뜻대로 살터이니, 환갑까지 만이라도 살게 해 달라고 아주 간절히 서원 했을것이다. 이렇게 빨리 그 시간이 내 앞에 코를 내 밀고 바짝 다가서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벌써 그 시간이다.
그런데 내 맘엔 진짜 덤으로 떨어진 시간이란 느낌이 없다. 아직도 내게 주어진 내 맘대로 살 수 있는 내 시간이라고 우기고 싶은 마음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분명, 이건 내 시간이 아니다. 엊그제 여고 웹 사이트에서 동창이 갑자기 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몇 달 전에도 그랬다. 주위를 둘러보면 열 손가락이 부족하게 환갑 전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의 소식이다.
그게 바로 나 일수도 있다. 하나님 뜻대로라도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실감 할 수가 없다. 아니 생각하기 싫다. 그러니 내 멋대로가 아니드라도 난 살고 싶은거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나님 뜻대로 사는걸가? 무에 그리 크게 다를라구?. 우선은 내가 시간을 많이 뺏기는 비데오로 드라마 보기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어쩌지? 많이 보구 싶은데. 그 담엔 스키타러 가는 문제다. 기운 있을 때 많이 타고 싶은데. 하얗게 눈 쌓인 산에서 천사의 몸짓으로 날아 내리는 활기 찬 운동을 그만 두어야 하는건가?
아프리카의 오지로, 어느 척박한 산지로 선교사의 삶을 떠나야 하는건가? 과연 어떻게 사는것이 하나님 뜻대로 사는 것일가. 한 팔십까지를 내 삶으로 계산할 걸, 너무 빨리 환갑까지로 정했단 후회를 잠간 해 본다.
이런 마음은 버리고 싶다. 아직도 내가 너 보다는 낫다라는 생각. 네 주제에 뭘 내 글을 평 해?, 사람들 앞에 고개 바짝 쳐들고 박수 받고 싶은 마음은 버리자. 한참동안 글을 못 쓰는 이유도 바로 하나님께서 내 교만을 꺾으시려는 뜻이다. 환갑 땐 책 한 권쯤 출간해야지 했던 마음도 버리자. 아직 글이 영글지 않았다. 한 없이 목 움츠려 들이밀자. 난 없는거다. 청취자 마음을 파고드는 감동스런 음성으로 선교방송을 한다는 긍지가 바로 교만이었다. 내 목소리, 내 재주, 그런건 없다. 하나님 사랑 전한다는 핑계로 칭찬듣기를 즐기던 그런 난 사라졌다.
글을 못 써도 좋다. 방송을 못 해도 좋다. 예수님 등 뒤에서 감추인 채 조용히 살면 된다. 그래도 마음이 허하지 않고 충족하게 살면 바로 하나님 뜻대로 사는 것이 되려나.
032106
노 기제
왜 그리 쉽게 약속을 했을까. 언제였나? 내가 까마득히 머언 훗날이라생각하고 간절하게 소망했던 시간이 내 앞으로 바싹 다가왔다. 엄마 만큼만 살 수 있다면 땡큐지. 그 다음은 덤이니 온전히 하나님 뜻대로 살겠다고 하늘을 향해 말 했었다.
그렇댜고 내가 방탕하게 살면서 제안 한 말은 아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사느라고 노력은 했는데, 이젠 그 정도의 노력으론 충분할 수 없는 때가 온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내가 먹고 싶은 것 먹으면서, 내가 가고 싶은 곳 마음대로 가면서……..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 하나님, 제가 어떻게 살기를 원하시나요?
그리도 길게 느껴졌던 환갑이란 나이. 엄마는 그 환갑을 어찌나 손꼽아 기다리셨던지. 잔치, 잔치, 아주 큰 환갑잔치를 하고 싶어 했다. 왜 그러셨을까. 울아빤 친척 친지들 모아 놓고 앞서간 큰아들 태생인 일곱살짜리 맏손자 큰절을 선두로 환갑잔치 거하게 치르셨다. 자식이래야 남은 둘째 아들과 외동딸 뿐인데, 그나마 딸자식인 난 미국에 살면서 참석하지도 못했다.
나중에 사진으로 받아 본 잔칫상은 정말 대단했다. 아버지 일생을 바쳐 이끌어 오신 권투위원회 관계자들 모두가 모였던 때문이었으리라. 장손이란 명목 때문에 큰 아들 태생인 손자가, 살아있는 둘째 아들보다 먼저 절을 올림으로 모인 축하객들을 숙연하게 했었다는 소식과 함께 가슴 뿌듯한 잔치였다. 아마도 엄만 바로 그런 환갑잔치를 꿈 꾸셨나보다.
그런 엄마의 소망은 아랑곳 않고 아버진 덜컥 심장마비를 일으켜 돌아가셨다. 바로 엄마의 환갑 보름전 쯤에. 가엾은 울엄마 그렇게 노래하며 기다리던 환갑잔치는 상 중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챙겨 줄 생각을 못하게 되었다. 그리곤 몇 달 뒤, 그냥 남편 뒤 따라 가버리셨다.
그 때 난 생각했다. 환갑이란 나이가 그렇게 쉽게 다가 오는 건 아니란 것을. 내가 보기엔, 환갑잔치를 꿈꾸며 그 나이까지 살 수 있었던 엄마가 그렇게 억울한 상황은 아니다. 가까이에 내 시댁을 보면 시어머님, 시누님, 시 아주버님, 모두 환갑 전에 타계 하셨다.
그런 관계로 난 선듯 그 당시 20여년 넘게 남은 내 환갑을 그렇게 점 첬나보다. 엄마 만큼만 살아도 감사한 일이니, 그 후의 삶은 완전히 덤이다. 덤으로 받은 시간들 내 멋대로 살지 말고 하나님 뜻대로 살터이니, 환갑까지 만이라도 살게 해 달라고 아주 간절히 서원 했을것이다. 이렇게 빨리 그 시간이 내 앞에 코를 내 밀고 바짝 다가서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벌써 그 시간이다.
그런데 내 맘엔 진짜 덤으로 떨어진 시간이란 느낌이 없다. 아직도 내게 주어진 내 맘대로 살 수 있는 내 시간이라고 우기고 싶은 마음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분명, 이건 내 시간이 아니다. 엊그제 여고 웹 사이트에서 동창이 갑자기 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몇 달 전에도 그랬다. 주위를 둘러보면 열 손가락이 부족하게 환갑 전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의 소식이다.
그게 바로 나 일수도 있다. 하나님 뜻대로라도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실감 할 수가 없다. 아니 생각하기 싫다. 그러니 내 멋대로가 아니드라도 난 살고 싶은거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나님 뜻대로 사는걸가? 무에 그리 크게 다를라구?. 우선은 내가 시간을 많이 뺏기는 비데오로 드라마 보기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어쩌지? 많이 보구 싶은데. 그 담엔 스키타러 가는 문제다. 기운 있을 때 많이 타고 싶은데. 하얗게 눈 쌓인 산에서 천사의 몸짓으로 날아 내리는 활기 찬 운동을 그만 두어야 하는건가?
아프리카의 오지로, 어느 척박한 산지로 선교사의 삶을 떠나야 하는건가? 과연 어떻게 사는것이 하나님 뜻대로 사는 것일가. 한 팔십까지를 내 삶으로 계산할 걸, 너무 빨리 환갑까지로 정했단 후회를 잠간 해 본다.
이런 마음은 버리고 싶다. 아직도 내가 너 보다는 낫다라는 생각. 네 주제에 뭘 내 글을 평 해?, 사람들 앞에 고개 바짝 쳐들고 박수 받고 싶은 마음은 버리자. 한참동안 글을 못 쓰는 이유도 바로 하나님께서 내 교만을 꺾으시려는 뜻이다. 환갑 땐 책 한 권쯤 출간해야지 했던 마음도 버리자. 아직 글이 영글지 않았다. 한 없이 목 움츠려 들이밀자. 난 없는거다. 청취자 마음을 파고드는 감동스런 음성으로 선교방송을 한다는 긍지가 바로 교만이었다. 내 목소리, 내 재주, 그런건 없다. 하나님 사랑 전한다는 핑계로 칭찬듣기를 즐기던 그런 난 사라졌다.
글을 못 써도 좋다. 방송을 못 해도 좋다. 예수님 등 뒤에서 감추인 채 조용히 살면 된다. 그래도 마음이 허하지 않고 충족하게 살면 바로 하나님 뜻대로 사는 것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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