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부가

2011.11.24 07:03

노기제 조회 수:705 추천:199

20111106

망부가

누가 감히 당신의 심장을
멎게 했단 말입니까
가슴 두근거리며 가까이 가야 할
천국 문 한 발작 앞에서
당신은 혼자였습니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적신으로 왔던 그 모습 그대로
적신으로 채비 하신 마지막 길
비로소 하늘 문 앞에 설 수 있음에
놀라기도 하셨을 터
반 백년 지켜 온 당신 옆자리
그 때, 나 거기 없었음을 자책합니다

새벽 찬 공기 안개 서린 뜨거운 못가
지상의 마지막 발 뗄 곳을
스스로 선택하지 아니하셨음에
무수히 많은 한탄의 눈물이
보라색이었습니다

허나, 잠잠하렵니다
당신을 그 곳으로 안내한 이들은
당신이 경험 못 한 좋은 곳을 보이고 싶었던 사랑이었음을
넉넉히 아는 까닭입니다

당신 잠든 곳 불 밝혀 놓고
당신의 손으로 받아 낸 셀 수 없는 어린 생명들이
한 해 한 해 나이 더해 가며
감사함의 노래 들려드리기를
이어 갈 것입니다
그렇게 난 당신 곁에 있겠습니다

**주: 미주에서 평생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셨던
      한영일 선생님께서 한국 방문시 누님들과
      즐거운 온천여행 중, 새벽에 온천탕에서 홀로
      변을 당하신 후, 선생님의 시신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 오신 사모님께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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