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눈 내리는 마을

2012.09.16 02:36

노기제 조회 수:785 추천:176

20120916        
                흰눈 내리는 마을(雪村)

        “자고로 문인은 호가 있어야 하는데 “로 시작 된 이멜을 지난 7월 5일에 받았다. 문학에 있어 대 선배이신 정용진 시인님께서 친히 지어 주시겠다며 둘 중 마음에 좋은 것으로 골라 사용하라셨다.  내겐 해당사항 아닌 듯 하여 아직은 이라고 머뭇거리는 답멜을 드린지 두 달이 지났다.          

        문득 무엇이라 하셨더라 생각이 나질 않아 메일을 뒤적였다.  문인으로 입문한 지 12년이다. 스스로 문인이라 일컫기를 자신 없어하는 내 마음가짐 때문에 책 한 권 출간하잔 생각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호를 지어 이름 앞에 붙여 쓰다니?

        우연히 청탁을 받고 수필 한 편을 보냈던 호주문학에서 내 글이 실린 호주문학 제5집을 보내 왔다. 놀랍게도 호주에 거주하는 문인들은 대부분 호를 이름과 함께 쓰고 있다. 필명이라 했지만 바로 호가 아닌가.  순간 스치는 생각이 나도 호를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지어 보내신  雪村(설촌)은 흰눈 내리는 마을이란 뜻이며 정결과 순수를 의미한다셨고 다른 하나  星林(성림)은 별이 내리는 숲이란 뜻에 희망과 평화를 상징한다는 주를 다셨다. 읽고 또 읽어도 둘 다 좋은 뜻이며 내가 좋아하는 단어라 하나를 택하기가 아까웠다. 둘 다 갖고 싶은 욕심이다. 나는 나를 잘 모르지만 선배 시인님이 보시는 나는 바로 흰눈 내리는 마을이나 별이 내리는 숲이었다 생각하니 새삼 내가 사랑스러워 진다.

        어릴적,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대문 밖 골목길을 좋아라 뛰어 다니는 내게 누가 개띠 아니랄가봐 저리 눈을 좋아하느냐던 큰오빠 음성이 들려 온다.  환갑을 지난지도 여섯 해, 아직도 난 눈밭을 찾아 다니며 스키를 즐긴다. 그렇담 별 보다는 흰눈이 나와 연이 깊다. 그렇다. 선배님이 정확하게 나를 보셨고 가장 적합한 호를 지어 주신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갖게 된 나의 호는 흰눈 내리는 마을 설촌이다.

        호가 뜻하는 바, 정결과 순수함을 나타내는 글을 쓸 것이다.  글은 작가를 나타낸다. 내 글이 보이는 정결과 순수함이 곧 나의 인격이다. 나의 사람 됨됨이는 추호도 어긋남 없는 정결한 인간, 순수한 인간이어야 한다.

        호와 함께 새롭게 태어난 문인으로 글을 쓰면서, 호를 지어주신 선배님께도 작가에게 꼭 맞는 호를 지어 주심에 기쁨과 감사함을 글마다에 버므려 넣어 오래도록 전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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