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은 사랑입니다-생떽쥐베리

2007.09.01 19:28

지희선 조회 수:245 추천:71

   언제나 나를 정답게 대해주시는 노기제씨!
나이로 치면 언니뻘인데도 웬지 내 또래의 친구 같이 생각되니 무슨 조화죠? 아마도 나를 마음으로부터 받아주시고, 다정하게 대해주시기 때문이겠죠.

   생떽쥐베리의 산문집 '고독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사랑입니다'를 다시 읽으며 책이 너덜너덜하도록 밑줄을 긋고 있습니다.
가을이 오기 전, 혹은 가을이 가기 전에 이 책만은 꼭 읽어 보세요.
혹시나 표절하게 될까봐, 남의 책을 안 읽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나, 가끔은 내가 그어 놓은 선을 넘어 도전해 보는 것도 멋진 일이 아닐까요?

   '고독'이란 단어를 떠 올릴 때마다, 저는 '상실의 고독'보다는 인간 근원적인 '아담의 고독'을 생각하곤 했습니다. 때문에, 인간이라면 원죄처럼 고독을 안고 살아가야한다고 생각했지요.
원죄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아 가듯이, 저는 고독도 의식하지 않고 살았지요. 과일에 과즙이 녹아 있듯이, 제 몸 속에 고독이 녹아 있었다고나 할까요. 고독은 저와 '진부분 집합'이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처절하게 고독을 느낀 날이 있었습니다. 달랑, 딸과 함께 둘이 살아가던 싱글 엄마 시절, 밤 12시가 넘도록 딸이 들어오지 않는 겁니다. 밤은 깊어 가고, 연락할 길은 없고..... 달을 일러 '잠들지 못하는 모정'이라고 한 은유는 그때 제 뼈속 깊이 느꼈던 체험에서 우러나온 표현이었습니다.  
   캄캄한 어둠이, 세상을 누르고 내 맘을 짓눌러오던 그 시각, 하필이면 도둑 고양이가 앙칼진 울음을 울며 담을 넘어갔습니다. 도둑 고양이의 그때 그 울음 소리야 말로, 이 세상에서 내가 들었던 가장 처절했던 '고독의 소리'였습니다.
   "아, 고독이란 밤 고양이가 앙칼진 울음으로 가슴에 사금파리 금을 긋고 가는 것이로구나!"하고 느꼈지요. 어린 딸 하나가 내 존재의 의미 전부였던 그 시절, 딸의 부재는 내 존재 의미를 뿌리 째 흔들어 버리는 내 일생 일대의 고독감을 주더군요.
   다음날, 아직도 연락이 닿지 않는 딸에 대한 생각을 잊기 위해 저는 서점으로 달려갔습니다. 저에게 있어 책이야말로, 기도보다 더 큰 위로자요 변하지 않는 벗이었지요.
   이것 저것 책을 뒤지던 중, 그때 내 눈에 띄인 것이 바로 생떽쥐베리의 '고독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사랑입니다'라는 책이었습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 저는 전율을 일으켰습니다. 제게 꼭 필요했던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때처럼 저도 사랑이 필요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사랑'이라는 말 대신 '위로'라는 말로 대체해도 되겠지요. 지금 가진 제 책은 노란 하이라이트 칠갑이고, 얼마나 읽었는지 진짜 너덜너덜 합니다.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생떽쥐베리가 인간의 냄새가 그리워 자기 옷을 벗어 태우며 '인간의 냄새'를 맡았다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 사람 가슴에는 앙칼진 밤 고양이의 울음소리로는 비교도 안 되는 고독이 요동쳤구나 싶어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슬픔은 더 큰 슬픔을 만났을 때 위로 받고, 고독은 더 절절한 고독을 만났을 때 위로 받는다는 것을 그때 저는 배웠습니다.절대 고독에 던져졌던 생떽쥐베리를 만난 이후, 저는 그 견딜 수 없는 고독감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쓰다보니, 무슨 독후감 같은 고백이 되어 버렸네요. 한 영혼의 고독을 잠재워 준 책이라면, 표절의 유혹을 느끼더라도 읽어볼 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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