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소식에 감사

2003.04.21 09:29

조 정희 조회 수:217 추천:36

김 선생님,
주인의 게으름으로 물도 안주고 쳐다보지도 않았는데도 예쁘게 꽃이 피었다는 소식, 저도 반갑네요. 꽃이 필 때 바라보고 감동하는 것은 좋아하면서, 저 역시 물주고 돌봐주는 것에는 언제나 한 발 늦어요. 그래서 친정 엄마가 잘 키워서 꽃이 탐스럽게 피웠을 때 저는 염치 불구하고 저의 집으로 가져온답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시들시들 힘을 잃고 거진 죽어갈 때 엄마는 '꽃도 사랑으로 바라봐줘야 잘 자라는 법이야.' 하면서 다시 가져 갑니다. 싱싱하던 꽃화분이 내 품에 와서는 생기를 잃어갈 때 마땅히 절망감을 느껴야 할 텐데, 다시 살려줄 엄마가 있어서인지, 저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아니, 다시 살아나서 내게로 올 그 때를 생각하지요. 제가 아주 얌체족이지요? 그런데도 엄마는 흉보지 않아요. 그래서 모녀간은 좋은가봐요.
어머니를 벌써 여의l신 김선생님 앞에서 엄마 자랑했나봐요. 하여간 제 문앞에 놓고 가신 꽃 소식에 감사드리면서 문득 해 본 생각들입니다.
구름낀 하늘이 봄날 같지 않네요. 어디선가 박인환 시인이 읊은 시, '세월이 가면' 들려올 것 같습니다. 좋은 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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